언론과 네티즌 여론은 외환위기와 금융시장 혼란을 소재로 온갖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공허한 대책론을 쏟아내고 있으며 이 지경이 되도록 수수방관한 정권과 정부의 무능에 대한 질책, 쌀직불금에 매달려 있지도 않은 도덕성을 뽐내고나 있는 의원들의 무지몽매한 경제감각,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실물경제의 파탄 조짐 등을 주제로, 줄기차게 음울하게 살벌하게 무서운 말들을 왜자기고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 그저 애국심이나 도덕성을 충동하거나 겁을 주거나 자료 짜깁기거나 표절 아니면 패러디거나 여러 말을 했지만 중요한 말은 하나도 없거나 - 보이지만,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모든 이가 똑같은 말을 하고 있으니 경제를 잘 모르는 서민들은 무척 겁이 난다. 방송 신문 인터넷을 보고 있으면 또 한 번의 IMF는 따놓은 당상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언론과 네티즌 여론에게 죽어라고 욕먹는 바로 그들, 이 나라의 경제 지도부들의 말은 이상하게 태평하다. 그들은 '우리 금융시장은 이른 시일 안에 안정될 것'이며 오히려 위기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이들 때문에 진짜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식으로 불평이나 하고 있다. 언론과 여론의 진단이 설레발인 걸까? 경제 지도부의 여유가 기가 막힌 건가? 불길한 시절이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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