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29일 검찰 창립 6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했던 사건 가운데 '사회적으로 파급 효과를 미쳤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건'20개를 선정, 발표했다. 선정은 검사와 수사관 3,7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했다. 이 중에는 검찰사에 오점을 남긴 사건도 일부 포함됐다.
1위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및 축소은폐 사건(87년)이 꼽혔다. 검찰은 당시 서울대생이던 박종철씨 고문에 가담한 경찰관들과 사건 은폐에 가담한 경찰간부들을 구속기소함으로써 권위주의 시대의 막을 내리게 했다는 자체 평가를 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 은폐 사실은 검찰 수사에 앞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로 드러났다.
이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기소를 포기해 비난을 받았던 12ㆍ12 및 5ㆍ18사건(95년)과 전두환 정권초기 사회경제적으로 큰 충격파를 몰고왔던 이철희ㆍ장영자 어음사기사건(82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결정적 계기가 된 불법대선자금 수사(2003-4년)가 2-4위에 각각 올랐다.
검찰은 나머지 16개 사건은 순위 없이 시대 순으로 발표했다. 임영신 상공부 장관 독직 사건(49년), 장면 부통령 암살미수 배후규명 사건(56~60년),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66년),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82년), 명성그룹 사건(82년), 오대양 집단변사 배후규명 사건(91년), 슬롯머신 비리 사건(93년), 지존파 연쇄납치 살인 사건(94년), 한보비리 사건(97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2001년), 외환위기 직후 공적자금 비리사건(2001~2005년), SK그룹 부당내부거래 및 분식회계 사건(2002~2003년) 등이었다.
검찰의 과잉수사와 인권침해, 비리관련 사건도 포함됐다. 법원의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태영호 납북귀환어부 간첩사건(69년), 성고문 경찰관을 기소유예 처분했다가 추후 법원의 재정신청을 통해 처벌이 이뤄졌던 부천서 성고문 사건(86년), 판ㆍ검사들의 대규모 사직으로 이어졌던 대전법조비리 사건(99년), 검찰이 피의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사건(2002년) 등이다.
검찰로선 매우 아픈 사건이지만, 인권보호수사준칙 제정 등 검찰에게 반성의 기회를 준 사건들로 꼽혔다.
한편 검찰 60주년을 맞아 검찰이 과거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각계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사 진실 규명과 반성을 통해 무고한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해주는 동시에 '정치검찰'이었던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31일 검찰 60주년 기념식에서 과거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인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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