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브라질에서 열린 국제생태학회(INTECOL) 회의. 세계 2,000여 명의 과학자들은 "습지 훼손은 탄소폭탄을 터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대기 중 탄소와 맞먹는 양의 탄소를 함유한 습지를 파괴하면 저장돼 있던 탄소가 배출돼 지구온난화가 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습지 보전 세계가 인정
습지 보전이 중요한 이유는 이뿐이 아니다. 습지는 세계 식량의 25%를 생산해내고, 수질을 정화하고 지하수를 함양하며, 해일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줄이는 등 놀라운 혜택을 제공한다. '생명의 땅'이라고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 습지는 다양한 동ㆍ식물에게 귀중한 서식처가 된다. 불모의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는 물이 있다는 이유로 생명이 넘친다. 물을 보듬은 땅이기에 습지가 소중한 것이다.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주제로 한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경남 창원에서 열리고 있다. 람사르협약은 역사가 긴 국제환경협약으로, 습지와 습지에 사는 수많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세계인들의 약속이다. 총회는 158개 협약 가입국 정부대표와 국내외 습지전문가, NGO 등 약 2,000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이번 총회 개최는 우리나라의 습지보전 정책과 역량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여와 헌신을 요청하는 의미도 있다. 총회 개최국답게 습지에 대해 선진국 수준의 관심과 인식을 갖고, 습지를 아끼고 지키기 위한 노력과 실천에 힘써야 할 때다.
정부는 총회를 계기로 지난해 수립한 습지보전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국정지표의 하나인 '성숙한 세계국가'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구 습지보전 논의에 적극 기여하고자 한다. 총회에 '논 습지 생물다양성 증진에 관한 결의문'을 제출해 농업과 습지 부문의 국제논의를 선도하고, 지역 습지 보전의 중심이자 허브로서 기능하게 될'동아시아 람사르 습지센터'를 유치할 계획이다. 람사르협약의 현안 과제와 비전을 담은 '창원 선언문'도 채택해 향후 지구 습지 보전 논의를 주도하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발전모델이자 비전으로 제시된 '녹색성장'에도 이번 총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우수한 습지를 세계적인 생태관광자원으로 만들어 지역경제도 살리고 습지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관광은 유망한 그린 비즈니스다. 이미 일본은 15년 전 람사르총회를 개최한 쿠시로(釧路)를 아시아의 대표적 습지관광지로 육성하고 있다. 이번 공식 탐방지인 창녕 우포늪과 순천만은 세계 어느 습지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총회가 우리나라 습지 생태관광 활성화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협약에 가입한 지 10년이 안 된 우리나라가 총회를 유치한 힘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환경선진국으로서 나아가는 우리 모습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뜨거운 열망이었다. 이러한 초심이 성공 개최라는 결실로 이어져야 한다.
'탄소 제로'의 녹색성장 계기로
정부는 1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탄소상쇄기금을 조성함으로써 '탄소 제로'를 구현하고자 한다. 전 국민적 성원이 더해지면 총회는 더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 확신한다.
자연의 숨겨진 보물창고 습지, 지구 습지보전 논의의 장 람사르총회. 우리 국민의 성원과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2008 람사르총회가 환경위기에 빠진 지구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기를 기대한다.
이만의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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