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후유증으로 실명(失明)한 사람은 국내에서 모두 15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실명을 유발하는 3대 질병으로는 당뇨병성 망막증과 녹내장, 황반변성이 꼽힌다. 특히 황반변성이 최근 급속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세 질환 모두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병률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손상된 시력은 돌이킬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해 꾸준히 증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치료를 해야 한다. 11월 11일 제38회 눈의 날을 맞아 실명을 유발하는 질환을 알아본다.
■ 당뇨병성 망막증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실명 가능성이 20배 이상 높고, 실제 2% 가량은 실명한다. 실명 원인인 당뇨병성 망막증은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당뇨병이 발생한 지 15~20년 되면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당뇨병이 오래 지속되면서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눈의 망막 부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당뇨병이 있으면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가느다란 혈관들이 막힌다.
그러면 샛길과 같은 새로운 신생 혈관이 생기는데, 이 신생 혈관의 벽이 약하기 때문에 잘 터지고 혈장성분이 흘러 망막이 붓거나 구겨지고 출혈이 되기도 한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서서히 진행되는데 말기까지 시력이 좋은 경우도 있으므로 환자는 3~6개월에 한 번씩 진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초기라면 망막 미세혈관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약물을 사용하지만 병이 악화돼 중기를 지나게 되면 레이저 치료를 해야 한다. 말기에 이르러 망막이 심하게 구겨지거나(망막박리), 오래된 유리체의 출혈로 시력이 많이 떨어졌으면 망막 및 유리체절제수술을 받아야 한다.
■ 녹내장
녹내장은 안구 압력이 올라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다가 결국 실명이 되는 질환이다. 눈에서 렌즈 구실을 하는 수정체에 혼탁이 생겨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백내장과는 달리 녹내장은 시각 신경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백내장의 경우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거나 눈동자가 하얗게 변하지만, 녹내장은 이런 변화는 없고 대신 시야가 좁아진다. 방치하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가 결국 실명이 된다. 대한안과학회는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90만~100만명의 녹내장 환자가 새로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안압이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녹내장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더 정확히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녹내장은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내장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힘든 근본적인 이유는 말기가 돼 시야에 문제가 생길 때까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갑자기 안구의 압력이 올라가 눈이나 머리의 통증이 나타나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 녹내장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말기에 이르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도 없다.
특히 안구압력이 높은 사람,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는 사람, 당뇨병이 있는 사람, 45세 이상인 사람 등은 녹내장 발병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 황반변성
황반변성은 60세 이상 고령자의 1.7% 정도가 걸린다. 서구에서는 이미 성인 실명 원인 1위에 올라있다.
황반은 약간 노란색을 띄며 눈 뒤쪽 망막의 한가운데 초점이 맺히는 부분으로 사물을 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황반변성은 노화로 인해 드루젠이란 퇴적물이 망막 아래 맥락막에 쌓이고 신생 혈관이 생겨 시(視)세포가 파괴되는 증상이다.
초기엔 글자나 직선이 흔들리거나 굽어 보이고, 그림을 볼 때 어느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다가 점점 심해지며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고령 인구 증가와 서구식 식생활, 흡연, 자외선, 고도 근시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이 가운데 확실히 밝혀진 이유는 흡연이다.
신생 혈관이 터지거나 그로부터 배출물이 흘러나오는 습성 황반변성은 황반 기능이 급속히 손상돼 몇 주 안에 시력이 나빠지며, 이르면 2개월부터 늦어도 3년 이내 실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습성 황반변성도 조기 발견해 증세 악화를 막는 치료를 하면 실명을 막을 수 있다. 신생 혈관 위치가 황반 중심을 벗어나 있으면 레이저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당수 환자는 황반 중심에 신생 혈관이 있어 레이저 치료가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에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약을 정맥 주사한 뒤 약한 레이저로 혈관을 파괴해 시력 저하를 막는 비주다인 치료를 시도해 볼 만하다.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안과 기창원ㆍ강세웅 교수, 세브란스병원 안과 권오웅 교수, 서울대병원 안과 정 흠 교수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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