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1급 이상 공직자 12명이 일괄사의를 표명한 것은 쌀 소득보전 직불금 문제에 대한 감사원 책임론을 뚫고 나가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국민의 비난 여론, 국회의 쌀 직불금 국정조사, 감사원 내부의 불만을 고려하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번 일괄사의 표명은 무엇보다 정치권의 거듭된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결정적 계기는 여야가 20일 합의한 국정조사다. 사실 감사원은 17일 국회 법사위의 긴급 국정감사 이후 한숨 돌리는 분위기였다. 감사원은 20일 오후 정창영 결산감사본부장이 긴급브리핑을 자청, 감사원이 지난해 감사결과를 비공개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거듭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예상치 못한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설마 국정조사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실토했다. 따라서 떳떳하게 국정조사를 받고 이 문제를 깨끗이 털고 나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감사위원은 28일 "국정조사를 시작하면 국회의원들이 감사원을 들쑤시고 다닐 텐데 현직 신분으로 어떻게 할 말을 다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김황식 감사원장이 자체 조사를 통한 처벌 의지를 밝힌 것도 큰 부담이 됐다. 김 원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부 반성 차원에서 지난해 쌀 직불금 감사 전 과정에 대한 경위를 파악해 문제를 시정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감사위원들 사이에서는 경위야 어떻든 김 원장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일단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6명은 25일 서울 시내 모처에 모여 의견을 모았고, 나머지 6명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김 원장은 28일 일단 사표 수리를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다음 달 10일부터 12월 5일까지 진행되는 국정조사와 자체 내부조사가 끝난 이후 쌀 직불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의 경중을 가려 선별적으로 사표를 수리할 방침이다. 이 경우 감사위원의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기 때문에 감사원장이 면직을 제청, 대통령이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 원장이 청와대와의 조율을 거쳐 입장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감사위원의 경우 4월 임명된 박성득 위원을 제외하고 5명이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로 구성돼 있어 물갈이 폭이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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