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는 반드시 거창한 유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덤 속에서 죽은 자를 위로하는 인형인 도용(陶俑), 700년 전 동아시아에서 열풍을 일으킨 향로, 조선 여인네들의 애환이 스민 실패 등 선조들의 생활상을 가깝게 엿볼 수 있는 이색적인 소재의 전시들이 여럿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낙랑유적출토품실에서 열리고 있는 '영혼과의 동행-중국도용' 전은 중국 남북조부터 송대에 이르는 도용 4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무서운 표정으로 무덤을 지키고 있는 진묘수(鎭墓獸) 한 쌍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 옆으로 다채로운 모습의 십이지신상이 서있고, 죽은 자의 시중을 드는 마부와 하인, 소와 말 등 가축 도용도 함께 있다.
도용 문화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 문화가 유입된 당(唐)대의 도용을 보면 가늘고 긴 다리를 가진 아라비아 말과 낙타, 마부나 하인 모습을 한 서역인도 등장한다. 송(宋)대의 도용 중에는 경극의 원류인 설창 공연의 모습을 표현한 설창용(說唱俑)도 있다. 내년 4월 2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신안해저문화재실에서는 14세기 동아시아에 불었던 향(香) 열풍을 볼 수 있다. 1323년 중국의 닝보(寧波)에서 일본의 교토(京都)로 가다 침몰, 1975년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신안선 유물 중 향과 관련된 것들을 모은 '마음을 담은 그릇-신안 향로' 전이다.
중국의 향 문화는 고려와 일본 가마쿠라 시기까지 전파되면서 동아시아 전역에서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다. 원래 향은 종교적, 의례적 의미에서 출발했지만 약으로 쓰이거나 연인을 유혹하는 향수가 되기도 했으며, 향로와 향합은 집안의 장식품으로 생활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박산(博山)이라는 신선향(神仙鄕)을 흉내낸 청동박산향로(靑銅博山香爐)는 산봉우리 사이에 난 구멍을 통해 향을 내뿜어 신비감을 더하고, 백색의 긴 다리 향로인 백자정형향로(白磁鼎形香爐)는 격조가 넘친다. 두 귀가 달린 청동양이정형향로(靑銅兩耳鼎形香爐)와 향을 피울 때 사용하는 향 도구 세트도 선보인다. 내년 9월 28일까지.
서울 논현동 한국자수박물관의 '실꾸리ㆍ사패(絲覇)전'(11월 10일까지)은 실을 감는 실꾸리, 실패를 집중 조명한다. 과거 사패로 불렸던 실패는 실이 엉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쓰이기 시작해 차츰 예술성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활용도가 높고 미적으로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바늘, 실, 골무 등 '규방칠우(閨房七友)'에는 속하지 않아 지금껏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번 전시에는 나뭇조각사패, 자개사패, 비단조각사패, 석재사패, 상아상감사패, 자수사패, 화각사패 등 19세기에 만들어진 200여 점이 나왔다.
경기도박물관은 중국 선양(瀋陽) 고궁박물원이 소장한 청 황실의 보물 70여 점을 가져왔다. 청 황실의 일상용품을 대규모로 전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청을 건국한 누르하치(努爾哈赤)와 황타이지(皇太極) 시대에 제작된 초기 유물과 강희ㆍ옹정ㆍ건륭제의 이른바 강건성세(康乾盛世)에 제작된 것이 대부분으로, 비단에 공작새의 털과 금실로 장식한 화려한 복식 및 금 은 뼈 등으로 제작된 정교한 식기 등이 눈에 띈다. 내년 2월 1일까지.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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