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7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2001년 10월, 정부는 파격적인 세제지원 혜택을 내놓는다. 주식형펀드에 1년 이상 가입(가입한도 5,000만원)할 경우 5.5%의 세액공제혜택을 주는 것이다. 쉽게 설명해 3,000만원을 펀드에 가입하면 연말정산을 통해 165만원(3,000만원ⅹ5.5%)을 돌려 받는 것이다. 당시 혜택을 얹은 금융상품이 바로 '장기증권저축펀드'다. 물론 지금은 구경할 수 없는 금융상품이 되었지만.
7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펀드에 대한 또 다른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적립식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인데, 적립식펀드에 3년 이상 가입(연간 1,200만원)하면 소득공제 및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이다. 과거 장기증권저축펀드의 세제혜택과 비교해 차이점은 두 가지다.
첫째, 세액공제혜택이 아닌 소득공제혜택이라는 점. 굳이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더라도 환급되는 세금이 많이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가입한도는 줄고, 투자기간은 길어졌다는 점이다. 7년 전 세제혜택에 비해 혜택이 작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세제혜택을 비교하기 위해 7년 전 얘기를 꺼낸 건 아니다. 정부의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발표 후 주식시장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대개 펀드 가입 시 필수 고려사항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세제혜택이다.
그러나 이것이 주요리는 아니다. 디저트 정도라고 할까. 요즘처럼 하루에도 수익률이 10% 이상 변동하는 상황에서 1년 통틀어 3~4% 정도의 세제혜택은 가벼워 보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세제혜택에 따른 주식시장의 방향성이다.
과거로 다시 거슬러가자. 7년 전 장기증권저축펀드가 나온 시점은 2000년 대우사태의 여파로 1년 만에 주식시장이 반토막 나고, 설상가상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500포인트 근처에서 맴돌던 주가는 장기증권저축펀드 출시 후 반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단숨에 1,000포인트 턱 밑까지 올랐다. 물론 이듬해 연말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오기는 했지만 이후 주식시장은 지속적인 상승추세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지금의 세제혜택은 어떤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우선 7년 전 세제혜택보다는 힘이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전제로 깔아야 한다. 7년 전 강력한 세제혜택은 단기에 놀라운 효과를 발휘했지만 제자리도 되돌아오는 시간도 짧았다. 즉, 쉽게 추세를 반전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정작 상승추세로 전환하기까지 2년 정도 뜸을 들였다.
그렇다. 단기에 큰 기대는 금물이다. 정부가 해법을 제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3년을 보고 꾸준히 불입해야 세제혜택을 준다는 얘기가 필자의 귀에는 최소한 3년은 생각하고 투자해야 만족할만한 투자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만큼 길게 보고 쪼개서 투자하라는 의미이다. 길게 보면 펀드 세제혜택을 줄 때가 좋은 투자시점이 될 수 있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각색해서 현시점의 투자전략에 참고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김상문 삼성증권 PB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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