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의 'Signed, Sealed, Delivered I'm Yours'의 노래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면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후보의 수석 선거전략가인 데이비드 엑슬로드(53)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집안 식탁이든 술집이든, 아침이든 새벽이든, 오바마가 찾는 전화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떨어져 있을 때 이런 식으로 전화 대화를 나눈 게 2년이 넘었다.
엑슬로드는 27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밤 11시에 벨이 울리면 누구인지 안 봐도 안다"며 "그(오바마)는 생각이 많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부쩍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일이 많아진 엑슬로드는 오바마의 선거전략을 총괄하는 그의 오른팔이다. 이 때문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제임스 카빌이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칼 로브와 비견된다. 그러나 수석 전략가라는 타이틀은 그와 오바마와의 관계의 일부만 보여줄 뿐이다.
뉴욕타임스는 "엑슬로드는 오바마의 친구이자 조언가이며 항상 그의 팔꿈치 거리에 있는 가신"이라고 전했다. 오바마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엑슬로드는 터프하지만, 용병은 아니다"라며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진정 믿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후보를 신뢰하지 못할 때는 나쁜 참모가 될 수밖에 없지만, 믿음을 갖게 되면 그는 굉장한 참모가 된다"는 게 오바마의 평가이다.
엑슬로드는 92년 시카고에서 민주당 선거운동원인 베틸루 솔츠만의 소개로 당시 변호사이면서 클린턴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던 오바마를 처음 만났다. 솔츠만은 "오바마가 흑인 대통령이 될 인물이라는 걸 예감했다"며 "그래서 그에게 최고의 선거 전략가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6년 전 둘에 대해 "엑슬로드는 오바마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라며 "궁합이 잘 맞았다"고 회상했다.
후보와 참모라는 관계를 떠나 정치적 동지로까지 발전한 둘의 관계를 보여주는 일화는 많다. 오바마가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8월 28일 후보 수락 연설장인 덴버 스타디움의 인근 호텔방에서 연설 연습에 한창일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연설문에서 가장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인 "이제는 그만(enough)"이라고 막 외치던 때였다.
룸 서비스가 들고 온 샐러드를 보고 "누가 주문했지"라고 물은 오바마는 계면쩍게 손을 들어보이는 엑슬로드에게 은색 쟁반을 건네며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 있네, 미안. 내가 전당대회 연설을 준비하느라 당신 점심을 방해했어." 너무나 중요한 연설이고, 또 한창 고조된 감정이 방해 받은 것에 대해 화를 냈을 법도 하지만 오바마는 자상한 말로 미안해 하는 상대를 오히려 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승리하더라도 엑슬로드는 워싱턴으로 가지 않고 시카고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사실이라면 엑슬로드는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비서실 차장으로 영입, 결국 권력남용 논란을 빚고 불명예 퇴진한 로브와는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Signed~'는 스티비 원더가 어머니(2006년 5월 사망)와 함께 가사를 쓴 것으로, 오바마의 유세장에서 자주 들리는 노래이다. 오바마는 엑슬로드의 컬러링이 이 노래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엑슬로드가 오바마에게 전화할 때 오바마의 휴대폰은 진동모드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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