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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한국광고대상/ 심사평, 눈길 앞서 마음 붙잡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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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한국광고대상/ 심사평, 눈길 앞서 마음 붙잡은 '작품'

입력
2008.10.29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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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시작된 한국광고대상은 한국광고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사적인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2008년에도 대상다운 대상을 찾아 낸 것은 심사위원에게 큰 보람이자 즐거움이며 또한 우리 광고계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 철저한 시장분석, 효과적인 광고매체 운용, 그리고 창의적인 광고대행사의 역량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번 광고대상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무슨 광고인가? 형태적 측면에서도 파격적이다. 9단 21cm 크기의 사진이 경건한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그저 스쳐 지나가 버릴 수 있는 그런 사진이 아니다. 움직임이라고는 전혀 없는 흑백사진들과 명료한 아트워크가 독자의 눈을 끌어 당긴다.

사진 속에 숨어 있는 듯한 메시지는 다시금 사진 속으로 독자의 눈을 파고들게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전쟁의 비극을 그리는 사진, 그 비극을 끝 낼 수 없다'는 문구와 은은한 오렌지 빛깔의 END가 보인다. 다른 사진을 보니 북극의 백곰이 녹아내리는 빙산에 앉아 있다. 여기도 '지구 온난화를 끝낼 수 없다'는 문구와 함께 END가 조그만 글자로 숨어 있다. '인류의 비극을 끝낼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흑백 사진에도 END가 숨어 있다.

이 시리즈의 사진들은 독자의 마음을 점점 더 몰입하게 하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점차 고조시켜가고 있다. 이 시대의 사회적 고민을 전달하는 사진인가? 아무리 찾아봐도 광고주가 누구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에 한 소년이 나타난다. 선재라는 소년의 점심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의 힘을 보여 달라는 문구가 있고 그 옆에 SEND가 보인다. 휴대폰의 SEND를 누르라는 메시지다.

서로 나누어 가지자는 사회캠페인을 촉구하는 동시에 새로운 휴대폰 시장을 창조하려는 속마음이 숨어 있다. 또한 사람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더라도 SK텔레콤의 서비스는 세계의 모든 곳으로도 SEND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경우 이를 과시하거나 요란하게 자랑하려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남의 눈에 쉽게 드러나는 선행은 선행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사람들은 드러나지 않는 것에 오히려 더 큰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 광고는 사회봉사 활동을 직접적으로 소구하지도 않고, 유명한 모델을 앞세워 다양한 컬러의 다이내믹한 메시지를 독자에게 즉각적으로 전달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한 눈으로 즉시 알아보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독자 모두가 공감하는 사진을 노출시키지만 도대체 누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지는 숨기고 있다. 궁금증의 시나리오를 전개하며 독자의 마음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일반적인 신문광고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08년 한국광고대상작으로 심사위원 전원이 SK텔레콤의 '사람을 향합니다'캠페인의 'SEND'편을 선택하게 되었다. SEND편은 인류의 행복을 위한 SK텔레콤의 사회공헌적인 기업 철학을 제품이나 기술이 아닌 지구촌의 사람을 통해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광고주의 정신과 광고대행사 제작팀의 하모니가 멋진 작품을 완성했다.

전면 광고의 양면을 가로 지르는 넓은 공간을 텅텅 비워둔 광고가 있다. 왼쪽 면에 있는 휘센이 오른쪽 끝 멀리 앉아있는 고객에게 바람을 전달하는 광고이다. 공간을 비움으로써 공간의 크기를 표현하고 더 멀리 날아가는 휘센의 힘, 휘몰아치는 휘센의 바람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광고지면을 가득 채우고 싶은 마음을 비우고, 여러 가지 말을 전하고 싶은 욕망도 비웠다. 빈 공간에 가득 찬 독자의 관심이 보이는가? 비움의 매력과 힘을 나타내는 LG전자의 휘센이 크리에이티브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강한 에너지를 상징하는 듯한 붉은 바탕색이 광고의 하반부를 차지하고 있다. 행복한 내일을 위한 오랜 동안의 땀과 시련이 있었기에 오늘의 힘을 기르고 내일의 행복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10년 전 외환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세계 경제의 먹구름이 비와 바람을 뿌리고 있는 시련의 계절이 다시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내일의 행복을 맞이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가 흘리는 땀만큼 우리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라고 외치며 이시대의 고민을 풀어가는 지혜를 이 광고는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OK! Tomorrow"를 힘차게 외쳐보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는 것 같다. 기업PR대상으로 SK를 선정하게 된 심사위원 모두의 자랑스럽고 고마운 마음을 "OK! Tomorrow"에게 전하고 싶다.

부문별 최우수상을 선택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출품작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소구보다 섬세한 감성을 터치하는 접근이 고객의 관심을 집중시켰으며, 전달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어 놓지 않는 시리즈 광고가 오히려 고객의 마음을 구매행동의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이나 신제품 출시 광고에서도 목표고객의 품위를 한층 높여주는 효과를 나타내는 작품들이 돋보였다.

마케팅 부문의 대상은 삼성전자에게 돌아갔다. 에어컨과 바람의 여신, 바람의 과학을 연결한 삼성 하우젠 에어컨, 포도주를 즐기는 고객, 명품 아르마니의 멋을 내는 고객과 함께하려는 보르도 TV와 아르마니 TV, 그리고 친구들과 터치하며 인터넷과 게임을 하고, 소리 내어 즐기는 고객과 함께하려는 햅틱 휴대폰, 삼성 하우젠 에어컨에 여신을 연결하여 브랜드 퍼스낼리티를 세련되게 형상화하는 마케팅이 바로 "이기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제시하여 주었다

. 이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신상품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며 기술의 삼성, 세계의 삼성으로 도약시켜 온 삼성 전자의 마케팅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습을 나타내 준다.

광고인 대상으로는 SK에너지의 이만우 상무가 선정되었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 23년 동안 SK에너지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며 그동안 제품 차별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가솔린, 경유와 같은 제품에 비가격 경쟁력을 확고하게 다지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추진하여 SK에너지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만든 성과를 높이 평가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브랜드의 차별화가 경쟁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캠페인을 전개하지 못하는 여타 브랜드 관리자들에게도 큰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2008년 한국광고대상은 우리나라 광고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광고 대상의 수상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드리는 마음과 동시에 더욱 더 정진하여 주시기를 바라는 심사위원들의 바람을 전달하고자 한다.

●심사위원 명단

권명광 홍익대 총장(위원장) 임종원 서울대 교수 김광규 한국브랜드협회장 이진희 한국일보 광고마케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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