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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불온서적, 생각없이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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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불온서적, 생각없이 지정했다

입력
2008.10.2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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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불온서적' 지정 과정에서 책 내용을 검토하지도 않고 첩보로 입수된 목록 전체를 그대로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당초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군대에 책보내기 운동을 계획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첩보에 나오는 23권을 모두 영내 반입 금지 도서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23권의 도서 목록은 최초 첩보를 입수한 경찰로부터 국군기무사령부를 통해 군에 전달됐고, 이에 따라 국방부는 7월 각 군에 23권의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를 지시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과정에서 해당 책의 내용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 등 선별 작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첩보에 나오는 도서 목록에서) 가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총련이 보내려는 책이라는 첩보만으로 불온 딱지를 붙인 셈이다. 국방부는 다만 이 책들을 북한 찬양, 반미ㆍ반정부,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분류했을 뿐이다.

불온서적 지정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불온서적 지정 과정마저도 나름의 기준이나 정밀한 검토 없이 자의적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출판계에서는 국방부의 불온서적 목록이 공개된 이후 선정 기준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불온서적에는 소설가 현기영씨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 베스트셀러와 양서(良書)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국방부가 입수한 첩보 자체의 신뢰성도 논란거리다. 한총련은 '군대 책보내기 운동'을 추진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은 8월 1일 국방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총련이 군대에 책보내기 운동을 계획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올 한해 대학 내에서 진보적인 책 읽기 운동을 하자는 취지로 저명한 몇 개의 책을 선정해 제안서를 만들어 각 학교 학생회에 건의한 것일 뿐인데 국방부는 이를 이용해 색깔을 덧씌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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