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의 '신데렐라'에서 졸지 '미운오리새끼'가 된 상품이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이야기다.
대부분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보다 30~40% 넘게 떨어지지만 않으면 원금이 보장된다. 상품을 만든 증권사는 원금 보장 구간에서 선물과 옵션을 운용, 헤지(위험 회피)도 하고 이익도 낸다. ELS는 자금 중 60~90%는 안정적으로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파생상품에 집어넣어 연 10% 이상 높은 수익을 내도록 만들어졌다. ELS가 하락장에서도 빛을 내며 꾸준히 투자자들의 부름을 받은 까닭이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떨어져도 만기 때 원금 손실선 아래로 가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주가가 요즘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증권사는 기초자산 가격이 원금 손실 가능선을 넘으면 원금을 지켜 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헤지를 풀어버린다.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갖고 있는 주식을 파는 것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이 달 들어서만 419개 ELS가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섰는데 약 3조원 어치이다. 올 1~ 9월에 원금 손실에 들어선 전체 규모(317개) 보다 더 크다. 6월 1조원에 육박했던 공모형 ELS 규모는 이 달 들어 410억원 정도로 발행 규모도 크게 줄었다. 투자자들이 돈을 넣지 않으니 발행 취소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문제는 헤지 청산 구간에 들어서면 현물(주식) 매도 뿐만 아니라 선물 매도 심지어 공매도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하다 보니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선물 가격이 떨어지면서 자동적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프로그램 매매의 '팔자'가 활개를 치는 것. 게다가 주가지수 선물과 주식 현물 가격이 동시에 폭락하는 '폭포 효과(Cascade Effect)'도 일어난다. 개별 종목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가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선 탓으로 현대차, LG디스플레이 등 대형주의 주가까지 곤두박질 할 정도다. 이러니 주가 폭락의 원인 제공자라는 낙인이 찍힐 만도 하다.
ELS가 주가가 얼마일 때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금융감독원 따르면 상반기까지 ELS 설정 잔액이 25조3,000억원이고 이 중 원금 손실선이 깨지지 않고 남아 있는 지수형 ELS가 3,000억원 정도이기 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00지수 선물이 220일 때 ELS가 가장 많이 설정됐기 때문에 코스피200지수 선물 132정도에서 원금 손실선이 만들어 질 것"이라면서 "코스피 200지수 선물이 130~135에서 ELS 헤지 물량이 또 한 번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만기 전 ELS를 환매할 때는 원금 손실선을 넘지 않더라도 현재 평가손이 반영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 지수가 1,800때 가입한 지수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원금보장구간이 -35%인 ELS의 경우 지수가 1,170선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원금은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만기가 오기 전에 1,200선에 팔면 –33% 수익이 확정된다. 여기에 환매 수수료까지 덤으로 부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환매를 고려한다면 ELS의 형태, 만기, 기초자산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만기가 오래 남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기 상환 조건이 좋은 상품은 주가 반등을 기다렸다 조기 상환을 시도해 봄 직도 하다. 반면 만기가 다 됐고 조기 상환 가능성이 낮은 상품은 증시 회복이 더딜수록 손실이 커진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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