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나라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할 것을 선서합니다."
러시아인 블라디미르 사베리에프(54)씨가 드디어 한국 사람이 됐다. 한국말이 서툴러 귀화시험에서 두 번 연거푸 낙방하고, 세 번째 시험에서 합격한 그는 감격스러운 듯 떨리는 목소리로 귀화선서를 더듬더듬 읽어 내려갔다.
27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26명의 특별한 외국인들에게 귀화증서가 전달됐다. 한국에서 5년 이상 거주하고 한국인으로서 살아가기를 선택한 이들은 대부분 석ㆍ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원이거나 자국에서 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던 고급 인력들이다.
물리ㆍ응용수학 박사인 사베리에프씨는 국제 과학기술 저널에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한 3차원 디스플레이 분야의 전문가다. '고현장감 3차원 영상시스템' 분야 연구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으며, 5편의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청고(靑高)'라는 법명을 가진 독실한 불교신자이기도 하다. 한국을 제2의 조국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귀화심사 면접 때 애국가를 유창하게 불러 심사관들을 놀라게 했던 체코인 티보르 단코(37)씨. 이날도 귀화자 대표로 새 나라의 국가를 멋들어지게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1992년 축구선수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가 한국에 반했다"며 "유럽의 개인주의보다 한국의 가족 중심 문화가 마음에 쏙 든다"고 말했다.
체코에서 사업을 하던 단코씨와 폴란드인 부인 알리나(37)씨는 한국에서 만나 99년 결혼했다. 한국을 잊지 못한 부부는 2003년 다시 한국을 찾아 새 터를 잡았다.
내과의사인 알리나씨는 아이들이 크면 한국에서 다시 의사의 꿈을 펼칠 생각이다. 한국에서 난 세 아이 경훈(5), 경준(4), 경진(2ㆍ여)도 이날 엄마 아빠와 함께 한국 사람이 됐다.
이밖에 중국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하고 한국에 와 아동문학 출판사 연구원으로 일하는 한연(35ㆍ여)씨, 서울대에서 석ㆍ박사를 마치고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중국인 김명국(38)씨,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원봉사자로 방한해 선교사로 활동하는 니시무라 히로유키(47)씨 등도 이날 함께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들처럼 한국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기로 한 귀화자 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일반 귀화자와 결혼 귀화자를 합쳐 2006년 7,477명이던 것이 지난해 9,915명으로 늘었다. 귀화 신청자가 늘다 보니 신청 후 귀화시험을 보기까지 1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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