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한 주였다. 1,200선을 회복한 20일(월)은 폭풍전야에 불과했다. 뒤범벅이 된 대내외 악재와 그보다 잔인한 공포심리가 날이 갈수록 위력을 더해(21일 -11.53포인트, 22일 -61.51포인트, 23일 -84.88포인트, 24일 -110.96포인트) 우리 증시를 초토화했다. 결국 주 말미에 1,000이 무너지면서 암울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개별 종목의 운명도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다.
대한해운은 24일 52주 신저가(5만원)를 다시 썼다. 지난해 10월30일 30만원에 육박(29만7,000원)하던 주가가 1년 만에 6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유가증권시장 주간(20~24일) 하락률 3위(-44.5%)라는 치욕도 안았다. 심각한 건 대부분 종목이 하락했다고 자위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올 초만 해도 대한해운은 승승장구였다. 지난해부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성장의 축복을 누리며 증시 상승의 견인차 노릇도 톡톡히 했다. 벌크선운임지수(BDI)와 중국 덕분이다.
그러나 최근 BDI와 중국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즉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BDI는 곡물 석탄 철광석 등의 운송 수단인 벌크선을 운용하는 해운사의 경기를 가늠케 하는 선행지표로 쓰이는데, 최근 급락세다. 중국은 올림픽 이후 세계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다.
설상가상 글로벌 경기 둔화로 '기간용선운임'(쉽게 말해 '뱃삯')도 떨어지고 있다. 중장기 용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해운 입장에선 기간용선운임의 하락 소식은 기업의 손실로 이어져 주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대한해운의 주가 흐름은 글로벌 경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모양새라, 당분간 상승 엔진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한 주간 낙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이라도 가능할 지가 관건이다. 대우증권은 "앞으로 글로벌 경기 관련 대책과 더불어 신흥시장의 경기 향방(연착륙 혹은 경착륙)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신한지주는 강력한 방어력이 돋보였다. 한 주간 전체 고작 1.3% 올랐지만 주간 상승률 5위에 올랐다. 하긴 시장 전체가 워낙 최악으로 치달았던 터라 플러스 수익만 내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아직 속단은 이르다. 금융업종 전체로 따지면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외화자금 조달 문제 등 온갖 악재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신한지주의 돋보이는 주간 성적을 맹신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때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도움말=대우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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