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의 이미지를 인터넷에 무단 게재하는 것은 저작권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12민사부는 지난 17일 화가 김일해(54) 씨 등 5명이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씨 등은 경매사들이 자신들의 작품 이미지를 홈페이지에 게재, 인터넷 가입 회원들이 언제든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중송신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공중송신권은 저작권자의 독점적인 권리로, 제3자는 허락없이 저작물을 공중이 접근할 수 있게 해서는 안된다. 미술품에 대해 공중송신권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법원은 “경매사나 화랑이 작품 판매를 위한 정보 제공의 목적으로 이미지 파일을 게재하는 것은 허용할 수 있으나 1회 제작으로 종료되는 서적 등에 비해 인터넷 게시는 전파 가능성과 지속성이 크기 때문에 작품 판매가 끝난 후에도 계속 게시하는 것은 공중송신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원고 측 최광휴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해외와 달리 추급권(미술품 재판매 때마다 원작자가 일정 몫을 지급받을 권리)이 인정되지 않는 등 작가들의 지적 소유권이 취약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의 의미가 크다”며 “개인이 블로그에 미술작품 이미지를 올리는 것도 저작권자의 의사에 따라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그간 구매자들을 위한 정보 차원에서 과거 경매 결과와 함께 이미지를 게재해 왔는데 저작권에 문제가 있다면 이미지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미술평론가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크리스티 등 해외 경매사의 경우 일정 기간 후에는 이미지를 모두 삭제한다”며 “미술품 유통 활성화를 위해 작품 이미지 제공이 필요하다고 해도 정당한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 되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좀 더 신중하게 작가들의 권리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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