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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직소포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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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직소포에 들다

입력
2008.10.2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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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폭포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로구나

관음산 정상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정상이란 생각이 든다

피안이 이렇게 가깝다

백색 정토(淨土)! 나는 늘 꿈꾸어 왔다

무소유로 날아간 무소새들

직소포의 하얀 물방울들, 환한 수궁(水宮)을.

폭포소리가 계곡을 일으킨다. 천둥소리 같은 우레 같은 기립박수소리 같은 - 바위들이 흔들한다

하늘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무한천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 와서 보니

피안이 이렇게 좋다

나는 다시 배운다

절창(絶唱)의 한 대목, 그의 완창을.

임방울이나 이날치가 능히 시샘을 낼 만한 소리꾼의 성량도 성량이지만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고 한 귀명창의 감상 역시 한 진경을 이루었다 하겠다. 그런데 왜 '몰래'인가. 폭포로 끝없이 자신에게 회초리를 휘두르며 시퍼렇게 살아 있는 못물처럼 푸른 시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서 절창의 한 대목을 몰래, 훔쳐 듣는다.

직소폭포는 들려준다. 내가 나 자신이 되어 '와!' 감탄사 하나로 솟구치는 이곳이 정상이고 피안이며 또한 무한천공이라고. 이렇게 가까운 정토를 저 먼 곳에서 찾다니! '깨우다, 뛰어오르다, 떨어지다. 쳐들다, 일으키다' 같은 활달한 동사가 쏟아져내리는 폭포의 생동감을 한껏 드높이면서 요지부동 끙 하니 눌러앉은 바위처럼 묵직한 시름을 가볍게 움직이는 힘이 되고 있다.

바위처럼 나도 '흔들', 한다. 누가 말했던가.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손택수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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