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1929년 대폭락 당시의 이야기지만 사람의 행동 역시 연속극처럼 조금씩 다른 설정에 동일한 주제로 되풀이되니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독자의 판단에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우선 한마디로 말해 특별한 대책은 어디에도 없다. 자유경쟁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믿고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자본주의의 본질 아닌가. 흔히 대폭락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처음에 왕창 내린 뒤에도 꾸준히 1,2년에 걸쳐 주가가 하락하였다. 망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가격도 90% 가까이 하락하였다. 초기에 주가가 충분히 폭락했다고 보고 덤벼든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재산은 1,2년 사이에 3분의 1정도로 줄었다.
폭락 초기 자사 주식에 거액을 쏟아 부은 록펠러도 잠깐 동안 존경을 받았지만 그 역시 재산을 많이 날렸다. 결국은 현금을 움켜쥐고 모든 것이 진짜로 싸질 때까지 기다린 사람이 알짜를 챙겼다. 사람들이 겁먹으면 더 나빠진다는 이야기도 전문가들이 하지만 장사가 잘되면 주가는 내려갈 수 없다. 순서를 말하자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서브프라임이 터진 것이다. 또한 해마다 40%씩 이익이 나는 회사는 누구라도 사려 한다. 특히 실물경제는 좋다고 정치인이 언론에서 말하면 위기라고 한다.
대폭락이 일어나자 처음에는 금융권에서 상황을 되돌리려고 나섰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라 곧 실패했다. 그 다음 목표는 주가 하락을 최대한 완만하게 연착륙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마저 실패한 뒤 대통령은 사람들을 모아서 굉장히 무게 있어 보이는 모임을 여러 번 가진다. 실제 하는 일은 없겠지만 유권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은 줄 수 있다. 1929년은 그런 형태의 정치행사가 처음 정치적으로만(!) 성공한 해로 기록된다. 대통령이 바뀌고 각종 취로사업도 대대적으로 벌였지만 결국은 10년 뒤 일본과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주면서 미국 경제는 비로소 완전히 회복하였다.
돌이켜보면 애초 상환능력이 없는 서브프라임 고객에게 집을 사라고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어음(차용증)을 받았다. 여러 금융기관이 그런 어음에 추가로 보증(이서)해가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으로 어음을 쪼개고 합치고 교환해가며 유통시켰는데, 나중에 보니 집값이 내려가고 어음을 발행한 사람들은 돈이 없었다. IMF가 말하는 1조 4,000억 달러 어쩌고 하는 돈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자율을 내려도 별 효과가 없는 이유는 간단한데 GM이나 포드의 회사채 수익률은 이제는 시장의 가산이자를 더해서 40%를 넘을 것이다. 정부가 2% 이자율로 돈을 풀어도 신용 낮은 채무자는 어차피 40%로 돈을 빌려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회사의 로비능력과 구제 금융을 기대하고 GM 복권을 사는 것이다.
물가지수를 창안하고 통계학의 대가로 추앙 받는 예일대의 피셔 교수는 당시 주가지수는 이제부터는 영원히 고공행진만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는데, 지상낙원과 휴거를 약속한 신흥종교가 이번에도 잠시 되풀이되었을 뿐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만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은 애써 저축한 달러를 미국이 낭비하라고 계속 빌려준다"고 하는데 일본과 중국이 그 일을 이번에도 되풀이할지 궁금하다.
한상근 과학기술원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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