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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객 고통 외면한 '은행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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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객 고통 외면한 '은행 반성문'

입력
2008.10.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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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연봉이 수십억원이라는데 5~10% 깎아 봐야 티가 납니까. 차라리 대출 금리를 확 깎아주면 살림에 보탬이라도 되지요.”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만난 주부의 말이다.

은행의 대외채무를 정부가 지급보증키로 하고 한국은행이 은행채를 매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은행들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수년 간 손쉬운 담보대출 등 자산확대에만 열을 올린 나머지 위기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시중은행들은 임원 연봉을 5~20% 삭감하겠다며 자구방안을 발표했지만 국민들의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함께 결의한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이나 대출금리 인하 계획 등도 이미 발표된 것들이거나 ‘노력하겠다’는 구호 수준이다.

만약 은행장들이 결의문에서 밝혔듯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마지못해 하는 선언이나 결의보다는 고객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동화기기나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수 없는 고령자나 장애인 등을 위해서는 창구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라. 겨우 1만원 인출해도 수백원~1,000원이 넘는 자동화기기 수수료도 대폭 낮춰라. 대출 금리도 일정 비율로 인하하라” 은행을 향한 고객들의 목소리다.

수많은 고객의 펀드가 반토막이 났는데, 자산운용사들과 협의해 판매 보수를 크게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중소기업 대출도 만기 연장만 해 줄 것이 아니라 신규 대출이 필요한 우량 기업에게는 좀더 과감하게 대출해야 한다. 임원들의 연봉 삭감분도 은행권 공동으로 저소득층이나 신용소외계층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돌려주어야만 애초의 의도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나서서 은행의 유동성을 지원해 주는 것은, 은행이 시중자금을 필요한 곳으로 원활하게 운반하는 ‘혈관’이라는 애초의 역할에 충실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 은행에 쏟아지는 주문은 ‘은행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 보다 후한 대접을 받고있다’는 고객들의 비난을 더 이상 사지않을 기회이기도 하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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