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없는 화려한 약속'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25일 베이징(北京)에서 폐막한 7차 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ASEM) 결과를 '속빈강정'이라고 평가했다. 화려한 문구로 치장된 공동성명을 내놓았지만 세계가 고대하는 해법을 내놓지 못한 것을 비꼰 것이다.
아시아와 유럽의 45개국 정상과 대표들이 내놓은 금융위기 공동성명은 위기 극복을 위한 화려한 수사로 가득 차 있다. 성명은 "현 금융위기는 조화된 노력으로 능히 극복될 수 있으며, 금융혁신과 금융규제를 적절히 처리해야 하는 당위적 명령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개혁 필요성, 현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성도 담겨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고 금융체제를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수출할지에 관한 약속은 생략됐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이번 회의 성과는 위기의 심각성에 공감을 이루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회의의 공허함을 표현했다.
이 결과는 아셈이라는 다자 회의의 특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2년마다 열리는 아셈을 통해 세계정세의 물줄기가 결정된 적은 없었다. 미국 러시아 등 주요국이 빠진 데다 아시아와 유럽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오시쥔(趙錫軍) 중국 런민(人民)대학 교수는 "전혀 다른 금융환경을 가진 아시아와 유럽이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으며 이는 회의 전부터 예견됐다"고 말했다. 미국과 금융시스템이 연결돼 직격탄을 맞은 유럽과 금융위기로 인해 수출감소와 외자도입 감소에 애가 타는 아시아의 이해가 일치할 수 없다.
공동성명을 통해 드러난 아시아와 유럽의 공감대라는 것도 허술하기 그지 없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방임적 금융질서에 근본적인 규제의 칼을 들이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번에 인식의 공감대를 확산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명 내용을 뜯어보면 이는 자찬에 불과하다. 성명은 "금융혁신과 금융규제 사이에서 적절한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며 금융혁신을 추가, 사르코지의 구상이 전면 수용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로이터 통신은 "금융자본 규제에는 동의하지만 규제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인식이 금융혁신이라는 표현으로 담겨있다"고 풀이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이 미국식 질서에 메스를 가하자는 프랑스 등의 주장에 대해 적극적인 동조 입장을 밝히지 않을 점을 덧붙였다.
이번 아셈을 통해 주요국사이에 금융 위기 해결 방안을 두고 상당한 인식의 간극이 있다는 점이 확인됨에 따라 다음달 15일 워싱턴에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의 전도도 그리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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