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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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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토크쇼

입력
2008.10.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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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명랑 히어로'에 출연한 임창정은 다짜고짜 신정환을 비난했다. 신정환이 그룹 에픽하이에 압력을 넣어 경쟁 관계에 있는 이하늘의 업소 출연을 막았다는 것. 신정환과 임창정이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 입씨름을 하는 동안 이하늘의 지난 삶을 되돌아 보자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금세 무색해졌다.

#2

18일 방송된 KBS2의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의 한 장면. 우스개 소리를 연발하던 이홍렬은 "청첩장을 돌리지 않고 문자로 결혼식을 통보했다"며 진행자 신동엽의 '비리'를 갑자기 폭로했다. 출연자들은 손가락질을 하며 야유 섞인 웃음을 터뜨렸고, 당황한 신동엽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지상파 토크쇼 프로그램들이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와 사생활 폭로 일색으로 급격히 퇴행하고 있다. 연예인 대상 토크쇼 중 출연자들의 사생활 캐기에서 벗어난 프로그램은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 코너 하나 정도가 손꼽힐 정도로 비난과 폭로가 다시 토크쇼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올 3월 첫 전파를 탄 MBC '명랑 히어로'는 정부의 교육정책과 미국산 쇠고기 문제 등 민감한 소재를 다룬 시사 토크쇼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프로그램 막바지에 금주의 명랑 히어로를 선정,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과 따스한 희망을 선사한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명랑 히어로'는 한가위 특집을 계기로 연예인의 가상 장례식 장면을 담은 '두 번 살다'로 포맷을 바꾸면서 프로그램 성격이 크게 변질됐다.

출연자들이 장례식이라는 인생의 마지막 절차를 미리 경험함으로써 삶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두 번 살다' 포맷의 당초 취지. 하지만 이런 건전한 방송 목적은 첫 방송부터 온데 간데 없고, '망자(亡者)의 부재'를 호기로 삼은 무차별적인 사생활 폭로가 주를 이루고 있다.

12일 방송에선 이하늘이 A급 여자 연예인과 열애 중이라는 내용이 폭로됐고, 18일 방송에선 김건모가 여성을 유혹하는 방법이 '조문객'들의 입을 통해 쏟아졌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KBS2 '미녀들의 수다'도 최근 성격이 바뀌었다. 외국인 여성 출연자들이 어떤 남자를 만나고, 술을 마시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수다로 풀어내는 게 이 프로그램의 요즘 모습이다.

SBS의 '야심만만-예능선수촌'은 아예 연예인의 사생활 방담이 프로그램의 컨셉이다. 출연자들이 하나씩 사생활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고, 가장 '센' 비밀을 털어놓는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성인들을 위한 본격 부부 코미디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도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방송 초기엔 연예인 부부들의 연애담과 잠자리 등이 주로 입에 오르내린 반면, 최근엔 '음주 후 속옷에 대변 본 사연' 등 연예인들의 엽기적인 사생활 공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예인 대상 토크쇼 제작진은 이런 '변절'을 시청률 탓으로 돌리고 있다. '명랑 히어로'의 김유곤 PD는 "시청률이 저조, 오락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프로그램 포맷을 바꿨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랑 히어로'의 방송 시작 시간은 토요일 밤 11시 45분. 높은 시청률이 나오긴 쉽지 않은 시간대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기존 포맷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시청자들의 항의성 글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제작진과 출연진의 역량 부족이 무차별적인 폭로 토크쇼를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는 "연예인들의 사생활 공개는 이미 반복될 만큼 반복돼 식상할 정도다. '명랑 히어로' 같은 프로그램이라면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제대로 된 포맷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 중 토크쇼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월요일에는 지상파 방송 3사가 모두 토크쇼를 방송하고 있다. 퀴즈 쇼나 스포츠, 오락 프로그램의 결합 등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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