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파문이 군 법무관들의 헌법소원 사태로 확대됐다. 지난 7월 국방부는 북한 찬양과 반정부 반미 반자본주의 내용의 불온서적 목록을 만들어 군내 반입을 막으라고 지시, 거센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도 헌법정신에 어울리지 않는 '금서(禁書)' 지침을 고집하는 바람에 현역 법무장교 7명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내는 초유의 사태에 이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군 안팎의 재검토 권고를 외면해 파문을 키운 편협한 자세가 무엇보다 한심하다.
사회의 거친 이념 논쟁이 군과 장병들의 정체성 인식을 어지럽히는 현실에 대한 군 수뇌부의 우려는 이해한다. 체제와 군의 정통성을 시비하고 북한체제와 군사전략 등을 옹호하는 책자가 병영에 나도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 변화와 장병들의 의식수준을 헤아리지 않은 금서 지정은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 게다가 정신전력을 해친다고 분류한 불온서적 23권의 태반이 대학교재 등으로 널리 읽히고 있는 책들이다. 군과 장병을 사회와 격리된 존재로 여기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민주사회, 민주군대의 원칙과 이상을 좇는다면 군의 특수성에 비춰 불가피한 서적을 제외하고는 함부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 국가인권위도 "군 인권전문위 논의를 거치는 등 헌법정신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상희 국방부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행 방침을 밝혔고, 이에 육군과 공군 법무관들이 집단으로 헌소를 낸 것이다.
이를 군 기강을 허무는 집단행동이나 항명으로 여긴다면 잘못이다. '법치 구현' 책무를 지닌 법무관이 아니라도 장병 누구나 기본권 침해 여부를 다툴 수 있다. 따라서 징계를 위한 법률 검토에 앞서 불온서적 지침의 타당성부터 다시 살핀 뒤 장병들과 사회가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는 게 순리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판국에 장관 개인의 완고한 소신 때문에 사회적 논란을 길게 끄는 것은 정부에도 도움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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