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억울한 죽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억울한 죽음

입력
2008.10.28 00:16
0 0

학교 때 군복무 때, 전체 얼차려를 자주 받았다. 차라리 얻어터지는 게 낫지, 기괴한 자세나 동작으로 있거나, 하릴없는 짓을 되풀이하는 얼차려는, 참말이지 끔찍했다. 모멸감 때문에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간절히 바라곤 했다. 아무나 한 명 기절해라. 너 하나 희생해서 우리 모두를 이 참혹하고도 비인간적인 얼차려 속에서 구해다오. 그러면서도 그 기절하는, 희생하는 한 명이 되지 않으려고, 견디고 또 견뎠다.

그렇게 누구 하나가 쓰러지기를 바라면서도 모두가 악착같이 견뎠기 때문에, 얼차려는 대개 사고 없이 끝나고는 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지금 그렇다. 누가 죽기 전에는 심각성을 모르는 거다. 쪽방촌으로 변모한 고시원 문제는 오래 전부터 심각했다. 무엇보다도, 어쩔 수 없이 그 쪽방촌 고시원에 깃든 이들의 목숨이 위험했다.

하지만 그 수많은 고시원에서 별 문제가 없었으므로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사회적 묵인 하에, 고시원의 불안전 상태는 계속되어 왔다. 사람이 죽어야 비로소 문제점이 공유되고 개선책을 모색하게 된다. 더 나쁜 것은 한 달이 못 가 다시 망각하고 불안전 고시원은 그냥 그대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