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금요일이었다. 주가 1,000선이 무너졌다. 1989년 1,000을 돌파하고 마침내 지난해 2,000을 뚫었던 한국 증시. 불과 1년 만에 2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국내외 악재란 악재는 다 모아 공포에 빠진 투자 심리는 금융시장과 한국경제를 '아비규환'으로 몰아넣었다.
24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사흘 연속 폭락세를 이어가며 전날보다 110.96 포인트(10.57%) 급락한 938.75에 장을 마쳤다. 1,000선이 깨진 것은 3년 4개월 만. 2005년 5월 18일(930.36)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락률은 올 들어 가장 높았고 사상 세 번째 였다. 지난 사흘 동안 250포인트를 잃어버리면서 시가총액 130조원이 주식 시장에서 사라졌고 2005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시가 총액이 500조원 밑(477조원)으로 내려갔다.
코스닥은 이날 300선이 무너졌다. 전날보다 32.27포인트(10.45%)폭락한 276.68. 전날 세운 사상 최저치 기록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코스닥에서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지수가 10% 이상 떨어진 채로 1분이 지나면 20분 동안 주식거래를 중단하는 것)가 발동됐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에서만 2,781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지수 폭락을 주도했고 그 동안 싼값에 주식을 사겠다고 나서던 개인들까지도 이날은 794억원 어치를 팔았다. 연기금이 3,596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였고 그 동안 매도에만 힘쓰던 투신도 나흘 만에 매수(450억원)로 돌아섰지만 폭락세를 멈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증권업협회가 증권사 보유 물량의 매도 자제를 요청했고 한국은행이 긴급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지만 신뢰를 잃어버린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힘에 부쳤다.
환율도 주가 폭락의 영향으로 나흘 연속 급등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2원 오른 1,424원으로 거래를 마쳐 98년 이후 10년4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당국이 속도 조절을 위해 달러를 매도하며 개입했지만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의 대규모 환전 수요가 급등을 이끌었다.
특히, 원ㆍ엔 환율은 전날보다 100엔 당 53.78원 폭등한 1,495.01원까지 치솟아 96년 환율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증시 안정을 위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으로 2조원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했다. 전날 금융당국의 공급 요청에 따른 것으로, 한은이 비은행권에 유동성을 공급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전세계 증시도 핏빛으로 물들었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시작과 함께 500포인트 폭락하며 8,000선을 위협 받았으며 유럽 주요 주가 지수들도 영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소식 등으로 10% 안팎까지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9.6% 하락한 7,649.08포인트로 마감하며 200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8,0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폭락을 이어갔다.
김용식 기자
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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