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7일 기획재정위 전체회의를 열어 '국내은행 외화표시 채무에 대한 국가보증 동의안'을 심의했지만, 정부의 부실한 자료 제출과 은행권의 자구노력 미흡 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동의안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28일 오후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동의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표결 내지는 합의처리가 예상되지만, 야권이 "정부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 요구를 접지 않을 경우 난항이 예상된다.
이날 재정위 전체회의는 오후 2시부터였지만 실제 동의안에 대한 심의는 오후 5시가 훨씬 지나서야 시작돼 심야까지 계속됐다. 동의안의 시급한 처리를 강조해 온 정부가 은행권에 대한 사후관리 방안 등 의원들이 요구해 온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정부가 145조원의 은행 빚을 보증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도 "국민들이 은행의 빚 보증까지 하게 됐는데 정부는 은행의 구체적인 자구책도 담기지 않은 부실한 자료를 제출했다"며 "오늘 회의를 하자는 거냐"고 질타했다.
의원들의 비판이 계속되자 서병수 재정위원장조차 "지난 주에 요구한 자료를 이제서야 복사한다는 식이니 과연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정회를 선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동의안 심의는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 오전에 강 장관이 공개한 18개 은행과 금감원 사이의 양해각서(MOU) 추진안 외에 정부가 별다른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채 회의가 속개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MOU 위반사례 대부분이 인건비 편법인상과 과도한 복리후생제도였다"며 은행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거론했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국민들이 '은행에 다니는 사람들은 수억 원씩 받는데 세금으로 은행 빚 보증까지 서야 하느냐'고 생각하는데도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강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대국민 사과 요구에 "당장 빚 보증을 서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버텼고, 이 때문에 소란이 일기도 했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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