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철 지음/도요새 발행ㆍ207쪽ㆍ1만2,000원
"한국인은 용감하다."
2001년 시화호를 찾은 저자에게 동행한 로드아일랜드대학 해양자원연구소장 스티븐 올슨 교수가 던진 말이다. 그는 네덜란드 바텐베르 갯벌에서는 기왕에 쌓았던 제방을 허물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와는 정반대로 갯벌을 마른 땅으로 바꾸는 사업을 못해 안달인 한국인들에게 던지는 그의 핀잔은 곤혹스럽기만 하다.
<생명의 틈새> 는 세계의 대표적 습지 7곳을 둘러보고, 거기서 확인한 아름다운 승리와 처절한 실패에 대한 보고서다. 책은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의 끝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명의>
1997년 거대한 강철판 293장에 바닷물길이 완전히 끊긴 일본의 이사하야 만은 새만금의 반면교사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조개무덤을 만들었을 뿐인 그 쇠판에는 기요틴(단두대)라는 이름이 자연스레 붙었다. 한국과 일본이 아직도 간척으로 땅을 넓힌다는 구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곳이 그 악습을 끊은 네덜란드다.
또 독일은 최초로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모범을 남겼고, 스웨덴은 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스톡홀름 물의 상'을 제정했다. 미국은 샌프란시스코 만을 지키는데 혼신의 힘을 바친 세 여인, 죽어가던 플로리다의 에버글레이즈 강을 되살린 세계 최대의 복원사업 등으로 책의 두 장을 차지한다.
저자는 자연을 편의에 따라 변형시키는 작업을 두고 '난폭한 상상력'이라 부른다. 경제가 전부인 시대에서 '경제가 전부는 아닌 시대'로 옮아가는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긴 제방을 쌓는 새만금 사업이야말로 개발시대의 단견이 빚은 결과라는 것이다. 반면 경제와 함께 환경 개선에도 적극 투자해 외국의 자본까지 유치한 중국 샤먼(厦門)의 사례는 여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개도국에게 의미심장한 모델이다.
언론인 출신의 저자는 "'경제 시대'라는 용어가 가능하다면 '경제 이후 시대' 또는 '환경 시대'라는 개념도 상정할 수 이어야 한다"고 강력히 요청한다. 책은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경남 창원시에서 열릴 제10차 람사르 총회에 맞춰 발간돼 의의를 더하고 있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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