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가 좋지 않다. 연말 정국이 순조롭게 넘어간 적이 그리 많지 않지만 이번에도 심상치 않다. 하나 하나 간단치 않은 변수들이 서로 맞물려 어느 때보다 복잡한 정국 방정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향후 주요 정치일정은 이렇다. 국회는 27일 이명박 대통령의 새해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28~3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는다. 이어 다음달 3~7일 닷새간 대정부질문을 가진 뒤 상임위별로 예산안 심사와 주요 법안 심의에 착수한다.
이 같은 일정의 밑바닥에는 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린 현안들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다. 당장 은행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 보증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당초 '초당적 협력'쪽이던 야당은 "국회가 지급보증을 처리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 대해 인사조치부터 해야 한다"고 새로운 조건을 내걸기 시작했다. 기선을 잡으려는 선제 공격의 성격이 짙다. 향후 정국의 풍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1차 변수다.
11월로 들어서면 쌀 직불금 국정조사(11월10일~12월5일)라는 연말 정국의 최대 고비를 만나게 된다.
쌀 직불금은 전ㆍ현 정부간 기싸움 성격이 짙다. 어느 쪽도 자유롭지 않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책임론과 감사원 감사결과 은폐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민주당은 여권 인사들의 불법 수령실태를 파악해 '강부자 정권'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려 한다. 여기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포함된 부당 수령자 명단의 파괴력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주요 법안 처리도 넘어야 할 고비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이전부터 금산분리 완화, 공기업 개혁, 출자총액제 폐지,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법인세 관련 각종 감세 법안, 인터넷 실명제 확대, 사이버모욕죄 도입 및 소위 '떼법 방지법' 등 각종 법안을 올해 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온 바 있다.
거대 여당의 강행처리 시도와 야당의 강력 반발로 정국이 소란스러워질 것 같은 그림이 떠오른다.
여권의 주요 법안 추진도 따지고 보면 전ㆍ현 정부 간 기싸움 성격이 깔려 있다. "지난 10년의 틀을 깨고 새 프레임을 만들겠다"는 게 새 정부의 법안들이고, 야당은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각에서는 "지금 정국의 주요 변수들이 지난해 12월 대선 프레임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연말 정국을 한꺼번에 덮어버릴 진짜 변수는 악화일로의 국내외 경제상황이다. 여러 변수들을 한꺼번에 빨아 먹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 최악의 경제상황이 도래한다면 정치권도 서로 머리끄덩이만 붙잡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세계적 경제위기를 맞아 정치가 비전을 제시하고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인데, 여전히 지난해 대선 프레임에 갇혀 기 싸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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