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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기 날뛰는 부동산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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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기 날뛰는 부동산 사기꾼

입력
2008.10.2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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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동대문 인근의 재개발구역 내 D아파트에 살고 있는 강모(51)씨는 최근 자신의 아파트를 시세보다 2,500만원 가량 싼 2억500만원에 급매로 내놓은 뒤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정부의 갖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하루하루가 불안했던 데다, 얼마 전부터 심심찮게 ‘D아파트가 재개발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소문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며칠 뒤엔 ‘D아파트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아파트가 존치지구로 지정돼 재산 가치가 폭락할 위기에 처했다. 대책반을 꾸려 대응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긴급 편지’까지 배달됐다. 강씨는 “좀 싸게라도 팔기를 백번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강씨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소집된 회의에서 ‘재개발 대상 제외’ 소문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데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아파트 주민 대여섯 명도 강씨처럼 물건을 내놓기가 무섭게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정체불명의 유령에게 사기를 당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들려오는 부동산 가격의 폭락, 시장은 꿈쩍도 않는 정부 부동산 대책, 경제위기가 부동산 부문으로 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 고조 등 시장의 불안한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사기꾼들이 날뛰고 있다.

강씨의 경우처럼 허위 사실로 주민들의 집단적인 동요를 유도한 뒤 이들이 투매하는 물건들을 줍는 수법에서부터 ‘개발 될 수밖에 없는 위치다’, ‘시청의 미공개 정보다’는 등의 감언이설로 매수자를 꿰는 고전적인 방식 등 그 방법도 다양하다.

최근 서울 중구 신당동, 지하철 5, 6호선 청구역 인근 재개발지역 주변의 지분 16㎡(5평)을 1억5,000만원에 구입한 구모(57)씨도 한 거간꾼에 ‘낚인’ 경우다.

구씨는 지난달 재건축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렸다는 뉴스를 접한 뒤 재개발 사업이 진행중인 청구역 인근의 신당동을 들렀다 우연히 만난 한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서를 썼다. ‘이 곳을 포함하는 역세권 개발계획이 조만간 발표되면 이 곳은 불황도 비켜가는 곳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구입한 물건이었다. 시세보다 2,000만원 정도 높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약속한 9월이 지나고 10월도 다 갔지만 구청, 시청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경기침체로 전국에 쌓인 미분양 아파트가 16만가구가 넘는 가운데 이른바 ‘땡처리 아파트’를 이용한 사기도 기승이다. 최근 부산경찰청은 미분양 아파트(93가구)를 헐값(75억원)에 사들인 뒤 이전 등기를 하지않고 사채업자에게 넘겨 5억원을 챙긴 이모(51)씨, 이를 사들인 뒤 대여자 60여명의 이름으로 ‘모기지론’ 82억원을 대출받은 사채업자 강모(45)씨 등 4명에 대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종로구 창신동의 한 중개인은 “시장상황이 최악이고,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된 상태에서는 어떤 정보에도 미혹되기 쉽다”면서 “이럴 때 일수록 공인중개사 등 복수의 전문가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이사는 “공정하지 못한 거래가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더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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