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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흥행 퀸 행진… 한국영화는 홍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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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흥행 퀸 행진… 한국영화는 홍당무

입력
2008.10.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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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 있는 영화가 뭐지?" "글쎄, 한국 영화는 고만고만하고 '맘마미아!'가 여전히 강세네."

올 가을 극장가의 풍속도는 이렇게 요약된다. 그저 한국영화가 약해졌다고 쉽게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영화를 즐겨보던 관객의 눈은 더 까다로워졌고, 오히려 영화를 뜸하게 보던 관객들이 '맘마미아!'의 성공을 견인하고 있다.

9월4일 개봉한 '맘마미아!'는 관객 400만명을 돌파하며 하반기 흥행 1위를 놓지 않았다. '이글 아이'는 2주만에 130만명을 넘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반면 지난 주말(17~19일) 관객 순위 5위 안에 든 한국영화는 '미쓰 홍당무'뿐이다.

기대를 모았던 김혜수 박해일 주연의 '모던 보이'와 조승우 출연의 '고고70'은 개봉 이후 관객 수가 각각 75만명, 58만명에 그쳐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내고 있다. 각각 75억원, 50억원 정도로 알려진 두 영화의 제작비를 감안하면 손익분기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물론 한국 영화 불황이라는 비명은 올들어 질릴 만큼 메아리쳤다.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한 해 영화업계 수익률이 마이너스 43%에 이르는 공황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상반기에는 703만명이 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507만명의 '추격자', 428만명의 '강철중:공공의 적 1-1'이 흥행 상위 5위 안에 들어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300만명을 넘긴 한국영화는 '신기전'(373만명)이 유일하고, 저예산 영화 '영화는 영화다'가 132만명으로 선전하고 있다.

반면 '맘마미아!'와 같은 음악영화인 '고고70'은 1970년대 대중문화를 실감나게 재조명한 수작이지만 관객 타깃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나도 70년대 초 고교ㆍ대학 시절을 보냈지만 포크송이 아니라 데블스(영화의 모델이 된 소울 밴드) 같은 소위 '노는 문화'를 아는 친구는 드물다"는 한 50대 관객의 말처럼 실화에 공감할 관객층은 너무 좁았다. 또한 당시 상황을 모를 젊은 관객에게는 '드라마 없는 영화'로만 비치고 있다.

드라마가 약한 한계는 '모던 보이'도 마찬가지다. 1920년대 조선을 재현한 컴퓨터그래픽과 미술은 뛰어나지만 비주얼만으로 승부를 보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영화업계에서는 일단 경제불황으로 전체 관객 수가 줄어든 현실을 꼽는 한편 "관객들의 영화 선택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강우석 감독은 "몇년 전만 해도 한국영화가 개봉하면 일단 한 번 봐주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없다"는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는데, 이는 "웬만한 영화에는 관객들이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는 영화 홍보관계자의 말로 풀어볼 수 있는 이야기다.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쇼박스 관계자는 "'괴물' '왕의 남자' '웰컴 투 동막골' '실미도' 등 역대 인기작들을 보면 장르를 불문하고 드라마가 강한 영화가 살아남았는데, 이제는 드라마에 볼거리까지 두루 갖추지 않으면 과거와 같은 실적을 내지 못할 것"이라며 관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이야기했다.

"한국인은 자신의 본업과 영화평론가라는 두 개의 직업을 갖고 있다"는 말이 있듯이 영화 보는 눈이 까다로워진 관객들에게는 균형있게 완성된 영화가 아니라면 그 어떤 마케팅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맘마미아!'가 이런 부족함을 보완해주는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다. '맘마미아!'야말로 그룹 아바의 히트곡에 기댄 뮤지컬일 뿐이다. 사실상 '맘마미아!'는 일반적인 흥행 경향을 따르지 않았다.

'신기전'에 밀려 개봉 4주째에 들어서야 뒤늦게 1위로 올라섰고, 20대에서 중년층으로 관객 폭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거꾸로 중년층에서 젊은층으로 내려오는 경향을 보였다.

결국 '맘마미아!'의 흥행몰이는 중년층, 특히 여성 관객을 사로잡은 데에 성공 요인이 있었다. 주말 관객 수는 개봉 초기(30만명)에 비해 6분의1 정도(4만~5만명)로 떨어졌지만 평일 관객은 여전히 개봉 초기(6만5,000명)의 절반 수준(2만~3만명)을 유지하는 것이 중년 여성의 힘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영화는 까다로운 팬들을 충족시키기에 모자랐지만, 까다롭지 않은 관객층을 불러낸 영화는 오히려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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