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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위기/ 오일달러 중동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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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위기/ 오일달러 중동도 '휘청'

입력
2008.10.2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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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오일 달러를 배경으로 전세계 금융위기의 무풍지대로 여겨지던 중동 국가들에게도 공포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쿠웨이트의 2대은행인 걸프은행에 대해 정부가 긴급 구제금융에 나섰고, 고속 성장을 해오던 두바이에서도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최대 석유수출국 사우디 아라비아마저 '돈 가뭄'에 긴급 대출에 나섰다. 주가도 일제히 폭락해 두바이와 사우디 주가는 이미 일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 중동 은행들 환투기로 큰 손실

27일 APㆍ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쿠웨이트 중앙은행이 자국 은행의 예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 정부가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위기에 몰린 걸프은행에 대해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발표한 이후 예금자의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주가 폭락을 막기위해 이 은행 주식의 거래도 중단됐다. 중동 국가들 중 구제금융 조치를 취한 것은 쿠웨이트가 처음이다. AP통신은 쿠웨이트 중앙은행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걸프은행의 손실 규모가 7억4,200만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유가 상승기에 중동 상업은행들이 과도하게 환투기에 나섰던 것이 최근 금융위기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자국 통화를 미국 달러 가치에 연동시키는 달러 페그제를 고수하고 있다.

올해 중순까지 유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대부분 은행들은 자국 정부가 조만간 페그를 완화하거나 폐지해 자국의 통화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망을 바탕으로 많은 은행들이 거액을 환율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 발생 이후 미국 달러화가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고 국제 유가는 하락하면서 대부분 은행이 큰 손실을 입었다. WSJ은 중동은행 대부분이 걸프은행과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동 지역의 금융위기가 이제 시작됐다는 뜻이다.

은행의 타격은 곧바로 시중자금 부족으로 이어져 서민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따라 사우디아라비아는 23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서민층에게 무이자로 대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무이자대출을 담당할 사우디 크레디트은행에 이 자금을 곧 예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 두바이 건설경기 급속 냉각

중동 지역에 금융위기가 엄습하면서 외자에 의존해 성장을 이어오던 두바이의 성공신화도 허물어지고 있다. 무디스의 추산에 따르면 두바이 정부산하기관이 공표한 채무 규모는 476억달러로 두바이 국내총생산(GDP)의 103%에 달한다고 WSJ이 보도했다. 석유 토호국 아부다비가 뒤에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두바이는 석유도 거의 나지 않는다.

두바이 신화가 빛을 바래면서 부동산 경기도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10~15% 웃돈을 받고 거래되던 두바이 호화 빌라들의 경우 최근 분양가에 되팔겠다는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자금난을 겪는 은행들도 부동산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구매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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