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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심·재미·추억 '흠뻑' … "우리 패밀리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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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심·재미·추억 '흠뻑' … "우리 패밀리가 뜬다"

입력
2008.10.2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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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주말 오락 프로그램 중 '패밀리가 떴다'가 뜨고 있다. 연예인들이 농어촌 체험을 하며 시골집에서 유쾌한 하룻밤을 보내는 내용이다.

그 프로그램에 시선이 고정되는 것은 그들이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내용도 재미나지만, 배경이 되고 있는 정겨운 시골의 모습이 우리 몸 속 DNA에 각인된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방학 때면 찾았던 외갓집에서의 추억이 화면 위에 살포시 오버랩 된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줄었다. 대신 저렴하면서 알찬 국내 여행지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한국관광공사는 국내 가족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농어촌 체험마을 나들이를 추천한다.

어른들은 고향의 향수를 흠뻑 담고, 아이들은 자연에서 뛰놀며 시골의 참모습을 경험하고, 주민들은 손님을 맞아 활기를 되찾고 일손도 도움받을 수 있는 일석삼조의 여행이다.

전국의 아름다운 농촌체험마을 중에서 가을의 기운을 담뿍 받으며 즐겁게 다녀올 만한 곳들을 골라 소개한다.

■ 안성 구메농사 복조리마을

복조리로 유명한 구메농사마을은 경기 안성시 죽산면의 칠장사 아래에 고즈넉하게 들어앉아 있다. '구메'란 구멍을 뜻하는 옛말로 구멍 같은 작은 논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마을을 표현한 것이다.

이 마을이 복조리로 유명한 것은 몇백년 전부터 주민들이 농한기면 주변 산에 나는 시누대(산죽)를 꺾어다 복조리를 만들어 팔아 왔기 때문이다. 손바닥 만한 다락논에서 거두는 수확이 그리 풍족할 수는 없었을 터. 조리라도 엮어 보태야 했던 어르신들의 살림을 짐작해볼 수 있다.

현재 38가구, 80여명이 사는 이 작은 마을은 최근 우수농촌체험마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06년 처음 손님을 받기 시작했는데, 첫해 1,500명이던 체험객들이 작년에는 3,000명을 넘더니 올해는 5,000명을 내다보고 있다.

다른 지역 체험마을 주민들이 그 성공담을 듣기 위해 찾아 온다. 구메마을 체험행사를 주관하는 전창진 위원장은 "농촌다움이 남아 있고, 농심이 살아 있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 지정 정보화마을인 이곳은 농림부에선 녹색농촌체험마을로, 환경부에선 생태우수마을로 인정받았다. 또 법무부와는 1사1촌을 맺고 있어 이 마을 후원 부처만으로도 웬만한 내각이 꾸려질 정도다.

이 마을의 체험은 그리 특별하지는 않지만 매우 알차다. 옛 방식 대로 짓는 농사 하나하나가 진귀한 체험거리다. 못자리 만들기부터 모심기, 벼베기 등이 기계 사용을 최소로 한 옛날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있다.

봄이면 쟁기질, 써레질, 손모내기와 각종 차 만들기, 여름에는 논에서 미꾸라기 잡기, 가을에는 시골집 닭서리와 둠벙의 장어 잡기, 겨울에는 죽봉 만들기와 짚으로 계란 꾸러미 엮기 등이 주요 체험 행사다.

복조리와 죽봉 만들기는 이 마을의 연중 체험 프로그램이다. 지금부터 4월까지가 복조리 재료인 시누대를 채취하는 철이다. 베어온 산죽을 4,5일가량 말려 놓았다가, 복조리를 만들기 전에 3시간 정도 물에 축여 결을 부드럽게 만든다.

체험객들은 이렇게 준비된 산죽으로 주민들과 함께 복조리를 만들어 본다. 각자 소원을 담아 자기만의 복조리를 만드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이젠 밥 짓기 전 조리로 쌀을 일 필요가 없지만 복조리는 복을 불러오고 액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훌륭한 기념품이 되고 있다.

이 산죽을 이용한 또 다른 물건은 죽봉이다. 산죽 10여 개를 가지런히 묶기만 하면 되는 것. 어르신들 안마기로는 최고다.

수확철인 요즘의 체험 행사는 벼 베기와 고구마 캐기, 감 따기 등이 있다. 벼 베기는 낫이나 어린이들도 조종할 수 있는 바인더를 이용하고 대나무로 설치한 발에 볏짚 그대로 거꾸로 널어 말린다.

우렁이를 이용한 무농약 친환경 농법의 쌀이 볏짚의 양분을 빨아들이며 자연광, 자연풍에 말라 밥 맛이 아주 좋다는 게 주민들의 자랑이다.

고구마는 미리 나눠 주는 4kg짜리 봉투에 가득 채울 만큼 캐서 가져갈 수 있다. 마을 주변을 감싼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도 장대질로 따갈 체험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이 마을 최고의 체험 장소는 논두렁이다. 다락논 사이 사이의 논두렁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해진다. 논두렁 사면은 일부러 풀들을 깎지 않아 들국화 등이 지천인 자연꽃밭을 이룬다.

농약을 치지 않아서인지 한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메뚜기들이 폴짝폴짝, 개구리들이 풀쩍풀쩍 뛰어 오른다. 논 옆으로는 일부러 물줄기를 낸 둠벙이 길게 이어진다.

주민들이 손바닥 만한 논의 한 귀퉁이를 큰 맘 먹고 내놓아 마련한 웅덩이다. 이곳엔 버들치가 물 반 고기 반으로 헤엄친다. 체험객湧?미꾸라지를 잡고, 장어를 잡는 신나는 체험 공간이다.

마을 주민들이 마련해 주는 청정 밥상도 체험객들에겐 인기다. 생선, 고기는 없어도 구메마을에서 난 무공해 재료만으로 차려진 시골밥상에 도시민들은 탄성을 터뜨린다.

마을은 독립된 형태의 펜션형 스틸하우스와 뜨끈한 온돌에 몸을 지질 황토민박 등을 갖추고 있다. 펜션형 스틸하우스는 1인당 1만원, 황토민박은 1인당 1만5,000원이다. 홈페이지(gume.invil.org)나 전화(070-7098-3096)로 예약할 수 있다.

■ 곡성 하늘나리 마을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전남 곡성의 산골 하늘나리 마을도 이름만큼이나 예쁜 체험마을이다. 섬진강에서 하하천 물길을 거슬러 산 속에 올라 만나는 곡성군 죽곡면의 상한리가 바로 그곳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산으로 막혀 고개를 바짝 젖혀야만 하늘이 보이는 심심 산골이다. 이곳에 오는 나들이객은 산골마을의 일원이 되어 휴양과 체험을 즐긴다. 봄이면 고로쇠 물을 마시고 산나물을 뜯고, 가을이면 밤을 줍고 감을 따면서 하늘나리꽃을 닮아가는 곳이다.

마을의 주요 소득원은 꿀이다. 주변의 히어리꽃, 매화, 살구꽃, 앵두꽃, 아까시, 밤꽃 등에서 벌들이 채취한 꿀이다. 집집마다 벌통이 있어 벌과 벌통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벌통 만들기와 꿀벌 아파트 분양이 최고 인기다. 나무로 만든 꿀벌통을 완성해 주민들에게 맡기면 나중에 그 통에서 나온 달콤한 꿀을 집으로 배송해준다. 짚풀로 벌통 덮개인 벌멍덕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토종꿀이 들어간 꿀떡 가래떡 맛보기와 벌집의 부산물인 밀랍으로 초 만들기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밀랍초는 파라핀으로 만든 양초에 비해 훨씬 향기롭다.

이밖에 봄이면 봄나물 부침개 해 먹기, 여름이면 다슬기 가재 잡기, 가을이면 감말랭이 만들기와 매실 베개 만들기, 겨울이면 호박죽과 동지팥죽 쑤기와 한과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다.

주변에 함께 돌아볼 만한 곳으로는 섬진강 기차마을이 있다. 칙칙폭폭 김을 내뿜는 증기기관차를 탈 수 있는 곳이다. 죽곡면 동리산 기슭의 태안사는 통일신라 때 지어진 천년고찰이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계곡의 단풍터널이 환상적인 곳이다. 마을에는 민박집도 19곳이나 있어 많은 사람이 찾아와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nari.govil.org (011)774-7008

■ 양평 보릿고개마을

"대통령이 와도 우리 마을의 점심 메뉴는 꽁보리밥"이라고 단언하는 곳이 있다. 경기 양평 용문산 자락의 보릿고개마을이다.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각종 야채가 들어간 보리비빔밥과 구수한 된장찌개를 자랑하는 곳이다.

마을의 인기 체험 프로그램은 보리개떡 만들기, 보리짚으로 여치집 만들기, 미니 장승과 솟대 만들기, 손두부 만들어 먹기, 경운기 타기, 농산물 수확 등이 있다. 여름엔 인근 계곡에서 시원한 물놀이를 하며 옥수수나 개떡으로 한낮의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보릿고개마을의 점심은 무조건 보리밥 정식이다. 우리 몸에 싱싱함을 불어 넣는 산나물 반찬을 곁들인 웰빙 식단이다. 어려웠던 보릿고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밥상이기도 하다.

순두부 만들기 체험도 인기다. 맷돌을 돌려 콩을 갈아서 큰 솥에 넣어 끓인 후 간수를 넣어 순두부를 완성시킨다. 보리개떡은 별이나 집 모양, 사람 모양 등 아이들의 상상력 대로 다양하게 빚어볼 수 있다.

솟대 만들기, 여치집 만들기는 마을 할아버지들이 가르쳐 준다. 여치집은 보통 보리짚으로 만드는데 보리짚을 꼰 모양이 이채로워 실내 소품으로도 제격이다.

이 마을에는 또 하나의 규율이 있다. 이곳에선 커피나 콜라, 사이다 같은 음료수, 과자는 절대 먹을 수 없다. 오직 마을에서 직접 만든 슬로푸드만 허용된다.

주변의 용문산과 용문사, 민물고기생태학습관 등도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황토방 숙소를 비롯해 100명 이상 단체를 위한 펜션을 갖추고 있다. 숙박 요금은 1인당 7,000원. borigoge.invil.org (031)774-7786

안성=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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