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국정감사가 막을 내릴 때면 으레 등장하는 주장이 '국감 무용론'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18대 국회 첫 국감도 "이런 국감 뭐 하러 하느냐"는 자조와 푸념 속에 24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그럴 만도 하다. 여야는 국감 기간 사사건건 전ㆍ현 정부 책임론으로 맞서며 대부분 상임위에서 '정쟁'의 전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말로는 정책 국감을 얘기하지만 실상은 정쟁을 부추겼다"는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의 평가는 차라리 솔직하다.
하지만 국감의 성패를 따질 때 회의장에 고성이 넘쳐 나고, 파행으로 얼룩지면 '실패'고, 그렇지 않으면 '성공'으로 보는 시각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이다. 어디까지나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라는 국감 본연의 목적이 얼마나 구현됐는지가 판단의 잣대가 돼야 할 것 같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이번 국감이 거둔 성과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쌀 소득보전 직불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자칫 묻혀버릴 뻔했던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 운용이 적절히 지적되고 개선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의회의 행정부 감사 기능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기본 기능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때문에 "그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는 것을 가로막는 제도와 구조부터 손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본격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회의장 자문 기구인 국회운영제도개선자문위가 24일 주최한 '국정감사제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토론회에서는 비슷한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토론회에서 그려진 현재 국감의 문제점은 '짧은 시간에 그리 전문적이지 못한 의원들이 수많은 기관을 감사하려 들지만 정부는 자료도 안 내 놓고, 지적받아도 그때뿐이다'로 요약된다.
이번 국감 대상기관은 478개였다. 16개 상임위별로 따지면 평균 30개다. 20일이란 짧은 기간에 감당하기엔 벅찬 숫자다. 결국 '수박 겉 핥기ㆍ주마간산(走馬看山)' 국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전문가들은 연중 상시국회ㆍ상시국감 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국회를 상설화하고 국감을 정기회가 아닌 기간에 실시해 정기국회의 부담을 덜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국감 기간도 20일은 안되고 30일로 하되 필요하면 의결로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행정부의 자료 제출 거부와 관련,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팀장은 "국가 안보 기밀이 아닌 경우 자료를 늦게 제출하는 것은 국감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위증 은폐 출석거부 등과 함께 엄중히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지적 받아도 그 때뿐"이라는 '형식감사'를 개선하기 위해선 국감 결과에 대한 사후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피감 기관이 특별한 사유 없이 국회의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 방안을 규정하고 감사 전에는 지난해 지적 사항을 준수했는지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감 기관에 개선을 요구한 의원의 이름을 명기하는 의원실명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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