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⅓이닝 1실점 역투… PS 개인통산 5승칼날 슬라이더 일품… "올해는 KS 우승"
[스포츠한국]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6일 인천 문학구장. 두산 4년차 우완선발 맷 랜들(31)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경기 전 덕아웃에 앉았다.
홍대 부근에서 직접 공연을 할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은 랜들은 어김없이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스파이크 끈을 조였다. 지난 22일 부친상을 당한 사람치고는 너무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다만 곁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은 "이번 한국시리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애써 태연한 척 하는 것 같다"며 안쓰러워 했다.
랜들은 여느 용병들처럼 눈에 띄는 제스처나 자신감으로 이목을 끌지는 않는다. 하지만 차분하고 이해심 많은 성격으로 팀원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장례식을 위해 미국 시애틀행 비행기를 타는 대신 자리를 지킨 것도 팀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22일 밤 대구 숙소에서 동료들이 어깨를 토닥거리며 위로를 할 때 랜들은 익숙한 한국어로 "괜찮아"라고 말할 뿐이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은 랜들이 눈부신 호투로 두산에 첫 승을 안겼다. 랜들은 이날 5와3분의1이닝 동안 1점만 허용하며 역대 포스트시즌 개인통산 5승째를 올렸다. 피안타는 3개(1홈런), 볼넷과 탈삼진은 각각 3개와 4개였다.
1회말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린 랜들은 2회말 선두타자 김재현에게 중월 1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하지만 이후 3-1이던 6회 1사 1ㆍ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오기까지 SK 타선을 단 2피안타로 꽁꽁 묶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2㎞에 머물렀지만, 120㎞ 후반에서 130㎞ 초반에 이르는 '칼날 슬라이더'가 제대로 먹혀 들었고,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지는 커브와 체인지업의 제구가 일품이었다. 5회 1사 1ㆍ3루에서는 발빠른 1루 주자 조동화를 허를 찌르는 견제구로 협공 끝에 아웃시키는 재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경기 후 랜들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에 아쉽게 패해 나뿐 아니라 선수들 전부의 각오가 남달랐다"며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보다 리드를 지키고 내려온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 한국시리즈 특별취재반
이상준기자 jun@ 성환희기자 hhsung@ 양준호기자 pi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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