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미의 여신 비너스보다 더 미모와 몸매가 완벽한 바비인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 해 전 텔레비전에서 편견을 없애주는 인형을 본 적이 있다. 휠체어를 탄 인형, 목발을 짚은 인형, 의족을 착용한 인형, 보청기를 낀 인형, 흰 지팡이를 짚은 시각장애인 인형, 다운증후군 인형 등 소위 장애인의 모습을 닮은 인형들이다.
이 인형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서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도록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엔 불량품이라고 환불소동도 있었지만, 이 인형의 뜻을 알고부터는 아이들 선물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인형이야기는 외국 사례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한 사나이가 텔레비전에 등장하였다. 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그는 1998년에 '2002 한일 월드컵'을 홍보하기 위해 유럽 5개국 2,002km를 휠체어로 횡단해 주목 받았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청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개그맨인 그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빗댄 '바퀴 달린 사나이' 코너를 진행하였다. 경험을 소재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 장애인이 직면한 문제를 뼈 있는 유머로 엮어,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였다.
그가 방송에서 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을 잘 알게 한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2년 만에 뚝딱 해치우면서, 장애인을 위한 승강기 공사는 왜 이리 지지부진한지….", "엄마, 저 아저씨는 왜 저래?" "얘, 쳐다보지 마, 엄마 말 안 들으면 너도 저렇게 돼." 휠체어 탄 아저씨는 생각했다. "나는 엄마 말 잘 들었는데…."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25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생, 공무원, 근로자, 그 밖의 일반국민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및 공익광고 등 홍보사업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5조는 '사업주는 직장 내 장애인 근로자의 안정적인 근무여건 조성과 채용 확대를 위하여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사업주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위반하더라도 벌칙은 없다. 그리고 1년에 1회의 이벤트성 행사로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 무지를 개선해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된다.
20여년 간 장애인 고용알선 업무를 해 오면서 많은 사업주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업주들의 생각이 나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장애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조기교육이 중요하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배우는 시기인 아동기부터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장애인 친구와 함께 어울리고 뛰어 노는 경험을 쌓아야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는 균형 잡힌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나와 남의 얼굴이 다른 것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를 뿐이라는 생각,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생각,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는 마음, 이러한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마음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일회성 교육으로 되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아동기ㆍ청소년기의 장애인에 대한 경험과 교육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진 행복한 세상을 가꾸는 지름길일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교육과 제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배진홍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전남직업능력개발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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