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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 진기록' 신경식 前 의원 회고록/ "이회창, 안기부장에 보고요구 YS 진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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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 진기록' 신경식 前 의원 회고록/ "이회창, 안기부장에 보고요구 YS 진노 사"

입력
2008.10.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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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정일권 전 국회의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거물 정치인들의 비서실장을 다섯 차례나 지낸 신경식 전 한나라당 의원이 26일 정치 비화를 담은 회고록 '7부 능선엔 적이 없다'를 펴냈다.

신 전 의원은 비서실장 신기록에 대해 "중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정상을 향해 몸부림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YS 정부 때인 1994년 이회창 총리가 사퇴한 전말을 소상히 기록했다. 초반 갈등은 이 총리가 김 대통령과 독대한 장관들에게 "나눈 얘기를 나에게도 보고하라"고 지시하면서 비롯됐다.

또 김 대통령의 외국방문 때 이 총리가 안기부장에 업무 보고를 요구한 것이 YS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어 청와대가 우루과이라운드 이행계획서 수정과 관련, 이 총리의 사과 성명을 지시했으나 총리실이 거부했다.

급기야 청와대가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신설하려고 하자 이 총리가 "안건은 총리 승인을 받도록 하라"고 지시함으로써 두 사람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YS는 이 총리를 불러 "지금 당장 사표를 내라"고 호통쳤고 이 총리측은 곧바로 사표 제출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정일권 전 국회의장이 해방 직후 평양의 조만식 선생 사무실에서 김일성과 직접 만나본 뒤 월남을 결심했다는 뒷얘기도 썼다. 우연히 만난 김일성이 거친 평안도 사투리로 "우리 같이 일합세다"라고 말했는데 매너나 말투가 너무 거칠어 실망해 서울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황당한 통역 얘기도 있었다. 1955년 이승만 대통령이 춘천에서 군중 집회를 가졌을 때 밴플리트 미 8군사령관이 찬조 연설을 했다.

당시 박병배 경찰국장은 통역관을 제치고 밴플리트 사령관의 말과는 상관없이 "이 대통령 때문에 미국이 한국전에 참전하고 공산주의를 몰아냈다"고 멋대로 통역, 큰 박수를 끌어냈다. 밴플리트 사령관은 자기 때문에 박수가 나온 걸로 알고 좋아했고, 이 대통령은 "박 국장, 영어 잘 하네"라고 칭찬했다.

한 기자가 자신의 집에서 과음, 한참 자다 일어나 옆 방서 잠을 자던 사위(판사)의 얼굴에 소변을 봤던 일 등 소소한 뒷얘기들도 실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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