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러시아 식민지에서 일본 식민지가 됐던 나라'로 묘사해 물의를 일으킨 싱가포르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국 정부의 정책 실패로 많은 시민들이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사진까지 실린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현지 교민사회에 따르면 싱가포르 공립 초등학교 3학년 사회교과서는 31쪽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주거형태를 설명하면서 서울 시내 한 지하도에서 노숙자가 잠을 자는 사진을 함께 싣고 있다.
교과서는 해당 사진에 대해 한국의 노숙자라고 설명하지는 않고 있으나, 사진 속 지하도 벽 안내판에 적힌 한글이 선명하게 드러나 누구라도 한국 사진임을 알 수 있다.
이 교과서는 노숙자들이 발생하는 이유를 '어떤 사람들은 너무 가난해서, 또 어떤 나라는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사진 속 인물을 포함해 한국의 노숙자 가운데 상당수는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 때문에 거리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표현했다.
교과서는 더구나 '비록 땅은 좁지만 우리(싱가포르) 정부는 국민들에게 충분한 집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여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앞선 주택정책을 펴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싱가포르에 자녀를 유학 보낸 학부모와 교민들은 "노숙자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하필 한국 사진이냐"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 교민 정보 사이트인 '한국촌'에 'a.star'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린 학부모는 "딸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너무 창피한 일이 있었다며 사진 이야기를 했다.
싱가포르 아이들이 '이거 한국 아니냐'고 물어봤다고 딸 아이가 전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지교민 박모(43ㆍ여)씨도 "싱가포르 정부가 집 없는 사람을 소개하면서 유독 한국 사진을 골라서 쓴게 불쾌하며, 이를 방치한 한국 외교ㆍ교육당국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 등 해외 교과서 오류시정 작업을 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으나, 빨리 확인을 해 사실이라면 싱가포르에 시정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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