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한국경제의 안정을 위한 국민적 자신감과 단합을 촉구했다. 미국 발 금융위기에서 비롯한 세계경제의 동요가 한국경제에 ‘전대미문의 사태’로 파급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최소한 ‘IMF사태’ 때와 같은 외환위기는 재연하지 않을 것인 만큼 경제주체들이 자신감을 갖고 정부의 금융 및 시장 지원책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뜻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03년 10월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시정연설에 나선 이 대통령은 금융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의지를 다짐하고, 정치권이 조속한 제도화 노력으로 이를 뒷받침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제적 신뢰 회복을 겨냥한 정부의 국내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 동의안 처리 및 예산심의 과정에서의 세출 확대, 감세 등에 여야를 막론하고 동참해 달라는 호소다. 국내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온 우려를 차단하려는 심리적 처방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시장의 평가는 시큰둥하다. 시정연설과 거의 동시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대폭 인하, 은행채 매입과 시중은행의 신규 외화대출 허용 등 고강도 종합처방을 했는데도 증권ㆍ외환시장 모두 진정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사실상의 ‘비상국회’를 요청하고 나섰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부정적 반응으로 보아 정책의 매끄러운 집행이 쉽지 않으리란 관측도 한 요인으로 지적될 만하다. 야당은 경제 실정(失政)에 대한 사과와 인적 쇄신 구상을 결여한 일방적 협조요청에 선뜻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속하기 짝이 없겠지만 야당에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을 요구하려면 적절한 명분을 주어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 대통령의 위기인식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 대통령은 “문제는 심리다. 실제 이상으로 상황에 과잉 반응해 공포심에 휩싸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적이다”라고 강조했지만 반향은 약하다. 국내시장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해외의 우려가 적어도 100%의 악의에서 나온 게 아니라면, 어떤 형태로든 그런 우려를 낳을 만한 요인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 제시가 있어야 했다. 전체적 외화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일정 기간과 부문에서는 일말의 단기 불균형 우려가 있다면 그에 대해서라도 정확한 평가와 대증적 처방을 내놓는 것이 진정으로 시장과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다.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는 시장 상황 자체가 이미 중요한 경제현실의 하나인 마당에 그저 “쓸데없는 걱정을 버리자”고 외친다고 걱정이 사라지진 않는다. 국내외가 단단히 맞물려 돌아가고 있어 돌발변수를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시장 안정성은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의 협조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정책적 결단 못지않게 인적 쇄신의 결단이 중요해졌다. 전쟁 도중에 장수를 바꿀 수 없다는 기술적 어려움이 거론되지만,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긴 전쟁을 앞두고 그 동안 여러 전투에서 전과를 올리지 못한 장수라면, 앞으로의 총력전 태세를 위한 다짐의 의미에서라도 ‘전략적 교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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