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법 개정 논란에 이어 쌀 소득 보전 직불금 부당수령 의혹이 터지면서 국회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워낙 민감한 문제이고 감사원까지 의혹의 대상이 되었으니 국회가 목청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야의 공방전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치졸해서 온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쌀값 하락분의 일부를 보전해 주기 위한 직불금을 공무원 4만여 명과 공기업 직원 6,000여 명이 받았고, 그들 중 상당수가 부당 수령자일 것이라는 의혹은 공직사회의 마비된 양심과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직불금을 챙기는 이유가 나중에 농지를 팔 때 양도소득세 면제를 노린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농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야"
감사원에 대한 의혹은 더욱 충격적이다. 작년에 직불제 운영실태를 감사했던 감사원은 청와대에 미리 감사결과를 보고했고, 이례적으로 감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마자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와 전정부의 혁신도시 정책 감사 등을 벌여 '코드감사' 논란을 불렀던 감사원은 이번에 터진 직불금 감사 의혹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헌법상의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이제 국회의 국정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우선 국민 앞에 죄송하다는 자세로 사태를 수습해나가야 한다. 여야 모두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무엇보다 공직자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의 대표'라고 자신들은 떠들지만 국민은 국회의원을 부패한 공직자들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야는 직불금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국정조사에 대한 기대보다는 당장 혐오감을 누르기 어렵다. 그들은 사사건건 상대의 잘못을 물고늘어지기에 바쁘다. 얄팍한 정치적 계산만 있지 최소한의 양식도 체면도 없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위의 고하나 네 편 내 편 관련 없이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피아(彼我)를 구분치 않고 오로지 농민과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명정대하게 하겠다는 말이지만 생각할수록 한심한 소리다. 진실을 밝히는 데 피아는 뭐고 니 편 내 편은 뭔가. 분노하는 농민 앞에서 어떻게 이런 말이 입에서 나올까. 초등학생도 이 정도 염치는 차릴 줄 알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직불금 문제는 현정부의 책임은 아니지만 철저한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직불금 제도는 노무현 정부 때 생겼고 법령에 일부 허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이 직불금 부당수령으로 사임했고, 한나라당 의원이 의심을 받고 있는 마당에 "현정부의 책임은 아니지만"이란 말이 왜 필요할까.
국정조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이냐는 논란에도 어느 쪽에 유리할 것이냐는 계산만 춤추고 있다. "노 전대통령이 증인으로 나오는 것만으로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이다." "노 전대통령이 나오면 한나라당에 호락호락 말려들 리가 없으니 민주당에도 불리할 것은 없다"는 등의 발언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사건이 과연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불러내야 할 사건인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다.
18대 국회 무슨 일을 했나
18대 국회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야가 싸우는 바람에 원 구성이 82일이나 늦어져 8월 19일에야 본회의를 열수 있었다. 그 후 두 달동안 한 일이라곤 "내 탓이 아니고 네 탓"이라는 싸움뿐이다. 한나라당은 한 번도 정권을 잃어본 적이 없는 것처럼 무신경하고, 야당은 한 번도 정권을 잡아본 적이 없는 것처럼 '변두리 의식'에 젖어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있다.
18대 국회는 17대 국회보다 나을까. 여야의 치졸한 싸움이 직불금 의혹보다 더 국민을 절망하게 한다.
장명수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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