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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위기/ 신흥국 'IMF 행렬' 10년만에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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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위기/ 신흥국 'IMF 행렬' 10년만에 재연

입력
2008.10.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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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의 신흥국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 잇따라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IMF가 10년 만에 '세계경제의 해결사'로 부활하고 있다. IMF는 전세계 회원국들로부터 갹출해 적립한 돈이 2,100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필요한 국가에 무제한 긴급 융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자금이 신흥국을 탈출, 미국 달러와 일본 엔 자산으로 급속히 쏠리면서 신흥국이 필요로 하는 외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2,100억달러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IMF 구제금융 국가 7개국으로 늘어

파키스탄과 벨로루시가 22일 구제금융을 요청함에 따라 IMF와 공식적으로 구제금융협상을 하는 국가는 우크라이나, 헝가리, 아이슬란드 등 5개국으로 늘어났다. 세르비아와 터키도 구제금융 신청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IMF행 국가'가 7개국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구소련 연방국 벨로루시가 2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IMF에 요청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미하일 추라보비치 벨로루시 중앙은행 대변인은 이날 "금융시장 안정과 경제성장 유지를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제금융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도 이날 IMF 행을 공식화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며칠 내로 파키스탄과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신 칸 IMF 이사가 "파키스탄에 지원할 구제금융의 규모가 최소 1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지만 아직 정확한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테러 위협 증가에 따른 외국인 투자 감소와 수출 감소, 대규모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은 외환보유고가 지난 1년간 74%나 줄어 현재 43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IMF는 앞서 19일 구제금융을 요청한 우크라이나에는 140억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도 IMF의 10억달러를 포함해 다수의 중앙은행으로부터 모두 6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IMF 98년 실패 되풀이 하지 않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체ㆍ개편론까지 대두됐던 IMF가 글로벌 위기를 맞아 소생했다고 23일 보도했다. IMF의 대여금 규모는 한국 등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한 1998년 당시 320억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20억달러로 줄었다. 구제대상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IMF의 무리한 요구 및 개입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IMF의 도움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도 중국과 미국에 손을 벌리며 마지막까지 IMF 행을 피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1997, 98년 태국을 필두로 인도네시아, 한국, 러시아, 브라질 등이 긴급자금을 융자 받았을 당시 IMF는 예산 삭감, 기업 민영화, 시장 개방 등 가혹한 조건을 요구해 구제 대상국들로부터 원성을 샀다고 WSJ은 지적했다. 실제로 이들 조치 때문에 융자국들은 중산층 붕괴 등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받아야 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전 세계은행 총재 등은 "IMF가 각국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선진국 위주의 자유시장 경제만을 강요해 해당국에 필요 없는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WSJ은 금융위기를 맞아 새로운 국제금융 질서 구축을 도모하고 있는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IMF에 핵심적 역할을 부여하려 하면서 유럽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90년대까지 자유방임형 국제질서를 핵심으로 한 '워싱턴 컨센서스'를 다른 국가에 관철하기 위해 IMF를 장악하던 미국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해졌으며 이 때문에 IMF의 성격도 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최후의 수단으로 IMF행을 선택한 신흥국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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