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게 말이다. 화자(話者)가 어떤 표정이나 동작과 함께 어떤 어휘와 표현을 사용하느냐는 것은 그의 인격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그래서 장삼이사(張三李四)조차 때와 장소에 따라 말과 행동을 가려 하는 것이다. 국정을 맡은 각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국회에서는 평소보다 더 품위를 갖춘 말과 행동으로 국민의 대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저질 막말을 퍼붓는다 해도 최선을 다해, 예의를 갖춰 해명하고 설득하는 절제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그러나 24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기자들에게 욕설에 가까운 막말을 한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의 태도는 각료로서의 상궤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취재 중인 사진ㆍ카메라 기자들에게 퍼부은 막말은 대략 "찍지 마. 에이 씨…. 찍지 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이런 것이었는데, TV를 통해 본 유 장관의 얼굴은 저잣거리 시정잡배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험악했다.
유 장관의 격해진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장ㆍ차관들을'이명박의 졸개'라고 표현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잘못된 것이다. 자신을 장관으로 임명해 준 국가원수의 이름을 존칭 없이 부르고, 범법 집단의 하수인이라도 되는 양 장ㆍ차관들을 비하하는데 기분 상하지 않을 각료가 있겠는가.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유 장관은 국회법에 따라 해당 상임위 위원장에게 요청해 발언권을 얻은 뒤 이 의원 발언에 공식 유감을 표시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것이 순리였다.
하지만 그는 합리적 선택은 제쳐둔 채 정당하게 취재 활동 중인 기자들에게 막말을 퍼붓는 우회적 방법으로 이 의원에 대한 감정을 폭발시켰다. 이렇게 감정을 앞세우는 각료가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ㆍ집행할 수 있을지 의아해하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유 장관이 26일 국민과 언론에 공식 사과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 이상 국회에서 '막말 정치인''불끈 각료'가 나오지 않도록 모두가 예의있고 절제된 언행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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