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은행의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조치는 시장금리, 그리고 예금ㆍ대출금리을 즉각 끌어내렸다.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과는 달리, 채권시장과 은행권은 금리인하에 분명히 화답했다.
그러나 금리가 앞으로 얼마나 내릴지, 나아가 은행대출창구의 문이 다시 열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주택담보대출금리에 기준이 되는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치솟던 오름세를 접고 이날 12영업일 만에 하락 반전했다. 그러나 하락폭은 0.14%포인트에 그쳤다. 기준금리는 0.75%포인트나 내린 것에 비하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역시 각각 4.52%(0.32%포인트 하락), 4.62%(0.28%포인트 하락)를 기록했다.
은행권은 이날 금리인하 및 유동성 공급조치를 환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통해 은행채를 소화해주면 고금리로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예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드는 만큼, 자금사정이 넉넉해지고 금리도 떨어질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은행들은 우선 예금금리부터 내렸다. 다만 인하대상과 폭에 대해선 관망분위기가 강했다.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 예금금리 인하를 발표했다. 1개월짜리 단기 수신금리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 폭(0.75%포인트)만큼 내렸고, 6개월짜리와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0.3%포인트 내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이 1개월짜리 단기금리이기 때문에 이를 우선 내리고, 중장기 상품은 은행채 금리 등을 보고 추가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을 미룬 다른 은행들도 단기상품 금리는 내리되 중장기는 시장금리 추이를 좀더 지켜보면서 결정하자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과거엔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장금리도 그 폭만큼 내려갔기 때문에 예금금리 조정도 그 수준에서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금리가 오히려 올라가는 판이기 때문에 즉각적 조정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은행의 눈치보기는 지난 9일 기준금리 인하(0.25%포인트) 때부터 새로 나타난 현상이다.
대출금리, 특히 CD에 연동하는 주택담보대출금리도 내려간다. 28일 적용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날보다 0.03%포인트씩 낮아진다. 하나은행의 경우 0.14%포인트 인하된다.
향후 전망도 엇갈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늘 CD의 경우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호가만 내려갔다”면서 “원화유동성 비율 제도 개선 등 추가 대책이 나와야 단기 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금융감독원에 “원화유동성 비율을 낮춰야 국내 신용경색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요구를 전달키로 했다.
특히 대출경색해소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불투명한 경제상황에 따른 신용리스크는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당장 중소기업등에 대한 대출을 늘리기는 힘들 것이란 얘기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금리인하에도 불구,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