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2학기 모집 일반전형 1단계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고려대가 채택한 이른바 '내신 보정(補正)'의 진실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내신 1등급임에도 탈락한 일부 수험생들과 일선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은 "외국어고 등 특목고 출신의 우수학생들을 우대하기 위해 고교 내신 성적을 고려대가 입맛에 맞게 다시 가공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고려대측은 "일반고 출신 학생들에게도 똑 같은 내신산출 방식을 적용했는 데 억측을 부리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고려대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가장 큰 이유를 "쉽게 이해하기 힘든 사정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요 대학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내신 산출 방식을 채택한 것 부터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대의 경우 등급별로 점수를 부과해 사정을 한다. 1등급 2점, 2등급 1, 3등급 1점 식이다. 내신성적 산출이 간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지만 고려대는 이 학교 통계학과 교수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복잡한 내신 산출공식을 올해 처음 선을 보였다.
이른바 '보정점수'다. 내신 등급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내신에 반영되는 과목별 원점수와 평균, 표준편차 등을 집어넣어 과목등급을 다시 산출한다. 특정 과목 1등급 수험생들이 고려대에 지원할 경우 재산정된 내신등급은 대부분 다르게 나타나게 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오종운 청솔학원평가연구소장은 "고려대처럼 보정점수를 적용할 경우 성적 표준편차가 적은 외고생들이 전형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일반고 출신에 비해 외고 출신이 등급 조정이 많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 '특목고 우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다수 입시전문가들은 고려대측이 일반고 특목고 구분없이 모든 수험생들에게 똑 같은 내신 산정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에 '보정 점수'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정점수가 낮은 경남 창원의 한 일반고 출신은 1단계 전형에 합격했으나, 점수가 높았던 학생은 오히려 탈락한 경우가 단적인 예다. 이 학교 진학담당 B교사는 "합격한 학생은 학생회장 경험이 있었다"고 전했다.
불과 10% 밖에 반영하지 않는 비교과 영역(공인외국어능력성적, 대외 각종 수상실적, 학생회 및 봉사활동 등)이 보정점수를 뒤집을 정도로 비중이 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고려대가 내신 기본점수를 매우 높게 책정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입시전문가는 "일반고에 비해 교과 등급이 저조한 외고 출신들이 대거 합격한 것은 학교측에서 내신 기본점수를 웬만큼 후하게 주지 않고는 '보정 점수' 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결국 '높은 내신 기본점수+ 보정 내신, 비교과 영역 비중 확대'가 고려대 전형 논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부터 교육과학기술로부터 대입시 업무를 이관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7일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고려대 수시 일반전형 논란과 관련, "일단 대학측을 상대로 소명서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한 뒤 필요할 경우 대학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정식 안건으로 다뤄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정리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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