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당시: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 400% 이상, 상위 30대 그룹 중 17곳 부도, 은행 26곳 중 10개만 생존, 외환보유고 86억달러→원ㆍ달러 환율 1,500~2,000원, 코스피지수 낙폭(1997년 10월) -27.27%
#2008년 10월: 기업 평균 부채비율 100% 안팎, 국내 기업 IT 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외환보유고 2,400억달러→원ㆍ달러 환율 1,400원 돌파, 코스피지수 낙폭(24일 기준) -35.17%(월간 기준 최대 낙폭)
알다가도 모르겠다. 우리 경제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되는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도 최근 증시와 환시는 '이보다 더 나쁠 수가 없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기초체력(펀더멘털)은 보강했는데 면역력은 오히려 약해진 꼴이다.
실제 우리 증시는 10월 들어 주요국가 증시 중 낙폭(-35.17%)이 가장 컸다.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위기가 옮겨 붙고 있는 유럽은 -20%안팎, 같은 아시아 경제권인 일본과 중국은 각 -30%대, -20%대다. 우리 증시의 낙폭은 최근 국가 부도(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아르헨티나(-39.70%)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환율은 어떤가.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지난해말 대비 34.2%나 하락(환율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유로(-11.5%) 영국(-18.3%) 호주(-23.5%) 뉴질랜드(-22.4%) 태국(-13.2%) 대만(-2.6%) 싱가포르(-4.0%) 통화보다 상대적으로 월등히 높다.
정부와 시장 일각에선 대내적인 악재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래도 석연치 않다. 최근 금융시장의 끝없는 추락은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3위, 외환보유액 6위의 '경제대국' 위상과는 딴판이다. 더구나 마이너스로 돌아선 일본 유럽 등과 달리 여전히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는 경제성장률 등의 경제지표를 최악이라고 논하고, 이를 금융시장의 붕괴 원인으로 지목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결국 '과잉공포'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특히 우리는 환란이라는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조그만 충격에도 약골로 변한다. 이성적인 판단에는 귀를 닫고, 이미 드러난 악재나 사소한 변수에도 예민하게 비관하는 형국이다.
펀더멘털이 아닌 공포가 짓누르는 시장은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실제 기준금리를 내렸는데도 시장금리는 오르고, 시중에 유동성은 넘친다는데 은행과 기업은 돈이 없다고 푸념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공포에 질려 인적이 끊긴 외환시장은 적은 거래에도 변동성이 확대되고, 불안심리가 지배하는 증시는 개인까지 투매에 나서면서 바닥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공포심리를 조장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게 시급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등의 추가 금리 인하, 급등하는 한국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하락 여부 등 대외변수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껏 불안심리와 공포를 키운 정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조치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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