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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 외국인 "내 코도 석자… Bye 코리아"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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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 외국인 "내 코도 석자… Bye 코리아" 러시

입력
2008.10.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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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매정하게 한국 증시를 떠나고 있다. 증시를 떠받치는 3대 축(기관, 외국인, 개인)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코스피지수 1,000이 붕괴되면서 시장은 이제 아비규환 상태지만, 외국인은 "내 코가 석자"라며 덤핑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40조6,669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24일 기준)했다. 지난 3년간(2005~2007년) 팔아치운 규모(38조4,881억원)보다 많다. 코스닥시장을 포함한 전체 순매도 규모는 42조6,091억원으로 1992년 증시 개방 이후 최대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추가 이탈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외국인 탈출의 악몽은 가뜩이나 불안심리가 좌우하는 시장을 극한의 공포로 밀어넣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 44%에서 29%대 급락

사실 외국인은 2005년부터 국내 주식을 줄기차게 팔아왔다. 순매도 추세가 4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2,000을 뚫으며 최고의 활황을 맞았던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매도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하지만 시장에선 단기 급등에 따른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일각에선 "국내 증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선 외국인이 떠난 자리를 우리가 메워야 한다"는 자주론도 힘을 얻었다.

문제는 이탈 강도와 속도였다. 매도 공세가 지나치다 싶으면 어김없이 돌아와 국내 주식을 사곤 했던 외국인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3대 축 중 하나가 매도로 일관하니 시장이 배겨내지 못했다. 특히 10월 들어선 단 하루(14일)를 제외하곤 무차별 매도 폭격이 이어졌고, 그 결과 2004년 44%에 이르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29%대로 떨어졌다.

외국인 이탈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경색 및 경기 침체 우려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앞 다퉈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특히 최근엔 웬만한 약세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걸로 유명한 헤지펀드조차 궁지에 몰려 환매 요청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헤지펀드도 투자자의 환매 요청과 마진 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당하면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팔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 입장에선 국내 증시만큼 매력적인 곳이 없다. 환금성이 뛰어난데다 다른 신흥시장과 달리 국민연금 등 매물을 받아줄 주체가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국인들은 코스피지수 750~1,100선에 대거 들어왔기 때문에 그나마 콩고물이라도 얻으려면 더 늦기 전에 철수하는 게 상책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곳간의 곶감 빼먹듯 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했다.

내년까지 외국인 이탈 이어질 듯

셀 코리아(Sell Korea)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외국인의 손익 분기점이랄 수 있는 1,100이 무너진 뒤에도 매도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손해를 감수하고 덤핑을 할 정도로 현금 사정이 열악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는 체감 하락률로도 따져볼 수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원ㆍ달러 환율을 대입하면 외국인이 느끼는 코스피지수의 1년간 체감 하락률은 71.45%로 실제 하락률(54.54%)보다 컸다. 국내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꿀 때 주가 하락분 외에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파는 건 역시 외국인의 돈줄이 말랐다는 근거다.

다만, 위안거리는 손실 및 환차손 부담 탓에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차츰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우리 증시의 현재 평균 주가이익비율(PER)이 8.22배로 외국인 매수세를 이끌었던 2004년 고점(9.33배) 밑으로 떨어진 걸 감안하면 매도 압력이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 당국 역시 국내 증시가 내년에 선진국지수(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비중이 30~35% 수준으로 올라가길 기대하는 눈치다.

물론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2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금융연합회(IIF)는 내년에 250억달러의 주식투자 자금이 국내에서 유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인들은 시중은행의 대규모 단기외채를 경기하강 위험의 주원인으로 꼽고 있으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몸을 사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결국 앞으로 외국인 매도 강도가 약간 누그러질 가능성은 있지만, 국내 증시로 복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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