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스타'라는 작위를 받은 연예인들은 그 이전에도 많았다. 해외영화제에서 상 하나만 받아도, 외국 프로그램에 조역으로만 캐스팅돼도 정 많고 성질 급한 한국인들은 그들을 월드 스타라고 불렀다. 듣는 이를 기분좋게 띄워주는 공치사였다.
하지만 비(정지훈ㆍ26)에 관해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6년 아시아 전역에 방송된 TV드라마 '풀하우스'가 불러일으킨 한류 열풍,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의 한국인 최초 단독 콘서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영화 '매트릭스'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스피드 레이서'에서의 비중 있는 조연과 후속작 '닌자 어새신'의 주연.
그의 숨가쁜 행보를 보며 온 나라가 '이제 우리도 진짜 월드 스타를 갖게 될 것 같다'는 기대와 흥분으로 들썩거렸다. 비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가 월드 스타라는 말이 응당 내포해야 할 요소들을 두루 갖춘 첫번째 한국 스타라는 데는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이다.
아시아와 미주 두 대륙을 넘나들며, 음악과 연기 두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폭풍처럼 질주하고 있는 비를 만났다. 대나무처럼 쪽 뻗은 몸매에 방실거리는 작은 눈, 웃을 때면 바나나처럼 입끝이 휘어지는 그는 때론 순진한 소년 같고, 때론 노회한 어른 같았다.
- 다섯번째 음반 '레이니즘(Rainism)'으로 아주 오랜만에 한국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어요. 어때요, 기분이?
"아주 편해요. 미국에서 고생하다 와서 그런지 아주 편하고, 굉장히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
- 월드 스타의 숙명 같은 거랄까요. 한동안 비가 참 멀게 느껴졌어요. 세계인의 스타가 되면서 남의 사람이 된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수시장이 불안하지 않았어요?
"불안한 건 없었는데, 많은 분들이 제가 신비주의로 꽁꽁 싸매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봐요. 누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야, 니가 이제 굉장히 똑똑해졌구나.' 그래서 '어, 왜 그러세요?' 물었더니 '니가 만약에 이번 앨범을 내고 사람들 앞에서 또 멋있는 척만 하고 무대에서 폼만 잡았다면 사람들 반응이 굉장히 냉정했을 거다.
그런데 이런저런 토크쇼에도 나오고 옛날의 지훈이 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니까 사람들이 더 좋아해 주고 오히려 선입견들이 더 깨지는 것 같다.' 뭐 이런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비(非)신비주의죠.
사람은 정말 초심을 잃으면 안돼요. 제가 잘 된 게 노래하는 무대, 쇼 프로그램에서였고, 그걸 발판으로 드라마를 하고 영화를 해서 여기까지 왔잖아요.
지금 어찌 됐건 그 자리에서 저를 또 다시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다시 돌아왔어요. 그러니까 이게 중간 보고죠. '미국 가서 2,3년 동안 살면서 제가 이 정도를 준비했습니다, 중간보고 드립니다.'
그리고 내년에 드디어 '닌자 어새신'의 개봉으로 그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멀어질까봐 염려를 하지는 않았어요. 어차피 다시 와서 또 활동하면 많이 좋아해 주실 거고, 저도 무대를 많이 보여드리면 되는 거니까."
-사실 박진영씨하고 결별할 때(비는 박진영의 JYP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2007년 제이튠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독립했다) "앞으로 비는 좀 어렵겠다. 박진영이라는 아이디어 뱅크 없이 뭐 잘 되겠어? 무슨 배짱으로 저러지?" 하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어요. 그런데 뜻밖에 더 잘 되고 있어요.
"모든 가수들은 다 자기 의견이 확실히 있어요. 근데 프로듀서의 힘이 더 세니까, 프로듀서가 다 했으리라고 생각들을 하죠. 저랑 진영이 형은 1집 빼고는, 제 의견이 반, 진영이 형의 아이디어가 반, 이렇게 음반을 만들었어요.
1집땐 제가 신인이었으니까 100% 다 진영이 형의 생각이었고. 그러다가 이제 진영이 형의 아이디어 없이 제 의견이 100% 수용되는 앨범이 된 거죠.
더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제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지금이 아주 편해요. 이것저것 많이 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는 굉장히 좋게 헤어졌는데, 많은 분들이 '둘이 뭐가 있었다', '불화가 있었다' 오해하세요. 우리 둘이 뭐 사귀었나요, 불화가 있게."(웃음)
비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숨구멍까지 다 막아놓은 것처럼 혹독하게 연습하고 준비하고 단련한다. 성실도 재능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비처럼 연습하면 월드 스타가 못 될 사람은 없다"고 폄훼할 정도.
만 스물여섯의 새파란 청춘스타에게 으레 따라다니기 마련인 연애사건도, 음주사고도 없이, 앞만 보며 달려가는 이 '바른 생활' 청춘은 그래서 한편으론 '불우'하게도 보인다.
- 반듯한 이미지 때문인지 50, 60대도 비를 참 좋아해요. 열심히 한다, 예쁘다, 장하다, 그런 반응들인데.
"참 감사하죠. 그런데 사실은 그 '열심히'라는 단어가 저한텐 약간 아킬레스건이에요. '이제 그만 열심히 할 때도 됐는데, 넌 왜 이렇게 독하게 사니?' 그렇게 많이들 물어보세요. 이유는 없어요. 그냥 자긍심이고 자부심이죠.
갈 길이 먼데 어떻게 쉴 수가 있겠어요. 이게 저한테 놓여진 하나의 과제인 거 같아요. 옛날에는 일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죠.
하지만 오히려 그걸 행복하게 안고 가요. 전 확실히 잘 해낼 자신이 있고, 설사 영화가 실패한들, 음반이 잘 안 된들 어때요. 또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아 나서면 되죠. 지금 미국에서 도전하는 것도 제가 나이가 어리니까 시작하는 거예요. 다만 저는 제 운을, 운명을 좀 믿어보는 편이에요."
- 아닌 게 아니라 이 정도 성취했으면 이제 만족하고 여유를 찾아도 되잖아요. 도대체 비의 야망의 끝은 어디예요?
"저는 그냥 하던 대로 했는데 이렇게 됐어요. 제 야망의 끝이 어디냐. 저는 그냥 방송인일 뿐이고, 가수일 뿐이고. 배우일 뿐이에요. 그게 다거든요. 그냥 기회가 오길래 잡았고, 그게 잘 되니까 자꾸 꿈이 커지고 목표가 커지는 거죠. 그냥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서 이걸 성공시키는 것, 그게 제 야망이에요."
- 왜 그걸 물어봤냐면 참 열심히 사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그게 한편으로는 대단해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도대체 야망이 얼마나 크길래 저러나 싶어 인간미가 없어 보이거든요.
"아, 인간미가 없다…."
- 저렇게 하면 숨막혀서 살 수가 있을까, 저러다가 갑자기 확 고꾸라지는 거 아닐까 그런 위기감도 느껴져요.
"그런데 제가 잘 안 되면 또 막 뭐라고 하시잖아요. 열심히 안 하면 '자만한다', '예전과 다르다', '이젠 하락세인 비' 그렇게 기사 쓰시면서.(웃음) 또 열심히 하면 인간미가 없다고 해요. 그래서 열심히 한다는 것도 아니고요, 전 그냥 저 스스로 좋아서 열심히 하는 거예요. 열심히 하니 다행히 반응도 좋고, 어떻게 보면 되게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전 그래요. 실패하면 어떻고, 또 잘 안 되면 어때요? 다시 일어나면 되는 거고, 또 내려갈 수도 있는 거죠. 두려워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인기 있다고 해서 언제나 이 인기가 있는 건 아니에요.
분명히 내려갈 때가 있고. 그 내려갈 때를 알고 있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인 거죠. 그 내려갈 때를 모르고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잡고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음, 어떻게 보면 조금 어리석다고 생각을 해요."
- 숨막힐 때 없어요? 연습과 일로 점철된 생활이?
"숨이 막히죠. 숨이 막히지만…, 아휴, 저는 왠지 지금 제 자신을 위해서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의무감 같아요. 사람들이 먼저 월드 스타라고 이름을 붙여놓고, 그렇게 되길 바라고, 그러니까 그렇게 안 되면 안 될 것 같고….
뭐 어쩔 수 있어요, 이제? 그분들이 시켰으니까 해야죠. 그래서 열심히 한 것뿐인데, 열심히 한다고 또 인간미가 없어 보인다고 하니, 참…. 그럼 도대체 어디 서야 할지를 모르겠네.(웃음) 일단 지금은 월드 스타라는 닉네임을 붙여 주셨으니까 채워나가려고 해요. 아직은 '여러분들이 얘기하는 월드 스타, 슈퍼스타가 돼서 나타날게요' 그런 상황인 거 같아요."
- 스트레스 어떻게 풀어요?
"전 그냥 놀아요. 댄서들이랑 술 한잔 먹고."
- 최근에 최진실씨 자살사건 있었잖아요. 그런 충동 겪은 적 있어요?
"아, 전혀요. 저는, 절대, 절대로. 하지만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음…, 굉장히 우울했어요. 정말 온 국민의 첫사랑이었잖아요. 저도 스케줄이 없을 때 호흡이 좀 편안해지면 한번 산소를 찾아 뵈려고 해요."
- 사람이라는 게 망각의 동물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이런 저런 것들 많이 잊게 되잖아요. 처절했던 가난도 그렇고, 치료비가 없어서 돌아가신 어머니도 그렇고…. 흔히 말하는 헝그리 정신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고 내 몸이 좀 편해지면 잊게 되기 쉬운데, 그걸 참 안 잊는 것 같아요.
"전 헝그리 정신이 있어서 자수성가한 사람들을 보았고요, 그 사람들이 배가 불러서 망가지는 모습도 봤어요.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하고 있어요. 전 음식도 안 남겨요. 아니 못 남겨요. 다 먹어요.
어머니는 저한테 종교예요. 전 다른 종교가 없어요. 저희 어머닌…, 그냥 평범한 어머니셨어요. 그냥 한 여자였고….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제 삶의 이유고, 그리고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제 중심을 잡아주시는 분이죠.
사실 전 좋은 아들도 아니었고 착한 아들도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막 말썽 피는 아들도 아니었지만요. 효자는 아니었지만 그냥 괜찮은 아들? 제가 춤에 정신이 팔려서 밖에 많이 돌아다니느라 집을 좀 못 들어갈 때가 있었는데, 그때 좀 많이 혼나고 했었죠."
- 남은 가족들, 여동생과 아버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잖아요. 그런 만큼 결혼하면 이런 가정을 꾸리고 싶다, 그런 생각도 많이 해봤을 것 같아요.
"저는 결혼하면 舅?조금 자제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배우도 하고, 노래도 하면서. 멋있잖아요. 한 마흔살 먹어서 밴드분들이랑 (손가락으로 튕겨 딱딱 소리를 내며) 피아노 딱, 기타 딱, 전 보컬을 하면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저는 이 사십대의 비가 어떻게 살 건지 콘셉트를 다 짜놨어요. 밴드들과 함께 살짝살짝 이렇게 춤을 추면서…, 굉장히 멋있는 모습을 상상해요.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삶이 내내 지속되는 건 아니에요?
"네. 아니에요. 그냥 이십대까지만 그렇게 살고 싶어요. 저는 나중에 아이들이 생기면 밥상을 차려주는 아버지가 아니라 고기 잡는 법과 야채를 심는 법을 알려주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어떻게 살아 나가야 될지, 세상이 정말 어떤 곳인지, 어떻게 무서운 곳인지 좀 알려주고 싶어요."
- 비 같은 부자아빠 밑에서 태어나면 그런 걸 배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부자아빠요? 아, 제 철학을 모르시는군요. 저는 고3 때까지만 일단 돌봐주고 스무살이 넘어가면 그걸로 끝이에요. 노숙을 하든 뭘 하든. 또 노숙하면 어때요?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면 되는 거죠. 전 절대 자식들한테 제 재산을 물려주거나 그러지 않을 거예요. 전 꿈이 있어요. 나중에 복지시설 같은 학교를 지어서 진짜 춤 배우고 싶은 사람, 노래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지금도 전 아버지한테 용돈을 받아 써요. 제 동생도 그렇고. 제가 신용카드로 10만원 이상을 쓰면 아버지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찍히거든요. 그럼 바로 전화가 오죠. '너 뭐 했니? 뭐 먹었니?' 이러면서."(웃음)
비는 새 앨범 '레이니즘'으로 복귀했지만, 사실상 그의 진짜 복귀작은 한 편의 CF였다. 한밤중 라면을 먹을까 말까를 고민하며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나는 원래 부었잖아"라는 SKT의 광고 속 대사는 환호할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월드 스타의 힘을 뺀 그런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이 이 시대 섹스어필한 몸을 가진 비에게 이중적 매력을 부여한다. 세계의 여심을 뒤흔든 비에게 비의 매력을 물었다.
- 광고로 먼저 성공적 복귀의 신호탄을 쐈어요. 그 광고 반응 되게 좋죠?
"네. 원래 처음에는 그렇게 많이 방송될 게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TV만 틀면 나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좀 보너스 좀 받을까 생각했는데 안 주더라고요.(웃음) 근데 그게 실제 제 모습이에요. 그게 진짜 저예요."
- TV에서 씩 웃는 눈웃음을 볼 때마다 카메라가 굉장히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는 사람의 웃음이라는 인상을 받아요. 내가 굉장히 카메라에 사랑스럽게 나온다는 걸 알고 있는 듯한.
"제 모습에 취하고 그러진 않습니다."(웃음)
- 스스로는 본인의 외모와 매력을 어떻게 평가해요?
"괜찮지도 않지만 그래도 빠지지는 안잖아요?(웃음) 제가 얼굴이 잘 생긴 건 아니지만 못 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어요. 그냥 남자답게 생겼다. 전 그래도 몸이라도, 키라도 크니까 다행이라고 늘 생각을 해요."
- 그래서 몸 만들기에 그렇게 주력하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 전 좀 이중적인 매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얼굴은 소년 같지만, 몸매는 정말 아저씨다운."
- 요즘은 쌍꺼풀 없는 이런 눈이 대세가 됐지만, 데뷔 준비할 때만 해도 먹히는 분위기가 아니지 않았어요?
"전혀 아니었죠.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어요. 쌍꺼풀이 있는 부류와 쌍꺼풀이 없는 부류.(웃음) 쌍꺼풀이 있는 사람들은 늘 인기가 있죠. 하지만 뭔가 또렷한 전성기는 없어요. 근데 지금은 쌍꺼풀 없는 사람들이 전성기라는 거죠. 저를 비롯해 (김)종국이 형, 이정재 선배 등등. 이젠 쌍꺼풀 없는 사람이 대세예요. 괜찮아요."
- 예전의 비는 겸손한 이미지가 굉장히 강했는데, 최근 보니 굉장히 자신만만해졌다는 평가들이 있어요. 할리우드 진출로 자신감이 많이 생긴 건가요, 아니면 미국식 매너가 몸에 익은 건가요?
"그건…, 너무 큰 자신감은 자만으로 변할 수 있어요. 근데 어느 정도의 자신감은 플러스 요인이 있거든요. 저도 '내가 이렇게 하면 혹시나 거만해졌다거나 자만한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뭐랄까요, 조금 능청스러워졌다고 할까요? 아니면 여유로워졌다? 그렇게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와서 늘 똑같이 '아닙니다. 전 아직 아니고요,
전 아직 멀었고요' 이건, 아, 재수 없잖아요. 무조건 겸손한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축하 받을 건 축하 받아야 되고, 잘못했으면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할 줄 알아야 되는 게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몫인 것 같아요."
- 월드 스타라는 입지에 선 이후로 한국 팬과 외국 팬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좀 고민스러워졌을 것 같아요. 베이징올림픽 폐막식 때도 중국 가수들 사이에서 중국 가수처럼 노래를 불렀다고 비판을 받았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비가 한국 대표선수이길 바라지만, 비는 더 이상 한국 스타만은 아니고.
"그건 배부른 고민인 거 같아요. 저는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나는 한국사람이니까 태극기를 붙이고 노래하러 올라가야지, 그건 아니거든요. 요즘 이종격투기가 유행이니까 그쪽 예를 들어보면, 효도르가 일등을 했다고 쳐요. 그럼 '저 사람이 어디 사람이야?' 궁금해하죠. 그때 러시안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를 알게 되거든요.
제가 전세계 팝 시장, 혹은 영화 시장을 점령했다, 그럼 그것만큼 한국을 잘 알릴 수 있는 애국이 또 있을까요? 전 그게 진짜 애국자라고 생각해요."
- 영어는 어느 정도 하세요?
"아직은 잘하지 못하고요, 어느 정도 해요. 그래서 외국에서 인터뷰할 때 아예 대놓고 얘기를 해요. '아는 질문에 대해선 영어로 대답을 할 것이고, 모르는 질문에 대해선 통역이랑 같이 하겠다. 그리고 혹시 내가 대답을 했을 때 틀리는 것들이 있다면 꼬집어줘라.' 이랬더니 오히려 그걸 굉장히 멋있게 생각을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두 나라의 언어로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지금도 영어공부는 계속하고 있고, 되게 재밌어요. 그리고 빨리 이…, 외국인 여자친구를 좀 만들려구요.(웃음) 생기게 되면 이건 절대 비밀이에요."
- 무엇이 비를 월드 스타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세요?
"기자분들? 기자분들의 추측성 기사들과 과장된 포장?(웃음) 아, 농담이고요.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진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한테는, 예를 들면 월드 스타 브래드 피트, 월드 스타 성룡, 이러진 않잖아요. 근데 저한테는 앞으로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월드 스타라고 불러주는 것 같아요.
'그래, 일단 니가 제일 희망적이니까, 확률이 높아 보이니까 한번 나가서 진짜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돼봐라.' 그렇다면, 자 오케이 좋다, 내년에 '닌자 어새신'이 개봉해서 진정 모든 분들이 박수 쳐줄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는 제 이름 앞에 월드 스타란 수식어가 오히려 빠질 것 같아요. 그냥 슈퍼스타 비 혹은 정말 세계적인 스타 비, 혹은 그냥 비.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
- 참 숨가쁘게 20대를 달려왔어요. 다시 시간을 되돌려서 스무살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똑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네. 전 똑같은 이 삶을 살 거 같아요. 다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배부른 소리겠지만, 조금 더 천천히 가고 싶어요. 조금 더 천천히…. 뒤돌아보니까 제가 너무 빨리, 어떤 때는 단계를 막 뛰어넘으면서 달려왔더라구요. 조금은 서서히 밟아 갔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조금 천천히 가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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