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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조치훈이 탐낸 송태곤 지금은 "여친 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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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조치훈이 탐낸 송태곤 지금은 "여친 급구"

입력
2008.10.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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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태곤이를 개인적으로 잘 몰랐는데 그에 대한 소문은 대단했다. 당시 태곤이의 기재를 알아본 조치훈 9단이 일본으로 데려가서 내제자로 키우고 싶어했지만 외아들인 태곤이를 부모님이 보내주지 않아서 성사되지 않았다는 등 대부분이 그가 '바둑 천재'라는 내용이었다.

태곤이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고 컸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태곤이의 담력을 키워주기 위해 차에 태우고 산에 올라가서 달랑 혼자 남겨두고 내려왔다는 얘기도 있다.

당시 골프 선수 박세리의 아버지가 딸의 담력을 키우기 위해 공동 묘지에 데려다 놓고 왔다는 얘기가 유명해지면서 태곤이 아버지도 그런 방법을 쓰셨단다.

타고난 기재에 부모님의 강력한 기대와 교육의 뒷받침으로 어느덧 태곤이는 '송폭풍'이 돼 후지쯔배까지 거머쥐며 정말 폭풍처럼 무섭게 정상에 우뚝 섰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주위의 기대를 많이 받은 기사들 대부분이 어느 순간 굉장히 많이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태곤이도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방황이 시작됐다. 바둑 공부 하기가 너무 싫어졌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부모님께 방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바둑돌 놓는 소리를 녹음해서 크게 틀어놓고 유유히 낮잠을 즐겼단다. 야, 잔머리가 대단한데! 하여튼 머리 하난 끝내줘요. 나도 저 방법 한 번 써볼까? 후후.

칼럼 쓴다니까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여친 급구'라고 써 줘!"였다. 형제가 없는 태곤이는 예전부터 외로움을 많이 탔다. 요즘 와인에 '흠뻑 취해서' 와인 사먹는데 돈을 탕진(?)하고 있지만 착하고 부드럽고 머리 좋고 말 잘하고 돈 잘 벌고 밥 잘 사고 아무튼 최고다.

좋아하는 연예인은 이연희. 요즘 드라마 '에덴의 동쪽' 에서 활약하고 있는 연기자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태곤이는 마르고 귀엽고, 뭐 이런 스타일을 좋아한다.

요즘 바둑계는 불황이다. 한마디로 프로 기사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 대국료로 큰 돈을 버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태곤이 말로는 후지쯔배를 우승하던 해, 방송 일 하는 모 선배 프로 기사보다 연봉이 적단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단다.

남자 기사보다 시합도 많고 여러 가지 점에서 유리한 여자 기사인 나도 '투잡'을 생각할 정도니 남자 기사들의 요즘 상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게다가 기본급이 아예 없으니 올해 연봉 1억원을 벌었다 해도 내년에는 500만원에 머무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태곤이도 요즘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경제적인 안정을 얻기 위해 방송 일을 활발히 하고 있다. 고정으로 어떤 기전의 해설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세계 대회 생방송 해설은 놓치지 않는다. 워낙 말을 잘하고 긴장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 일이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만큼 그렇게 힘들게 와 닿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 바둑만 둘 때는 마냥 어리기만 느껴졌는데 요즘 방송에서 점잖은 멘트도 무리없이 소화하는 걸 보니 성큼 철이 든 듯한 느낌이다. 모쪼록 예전 '천재' 명성 그대로 좋은 바둑 내용과 방송에서 명쾌한 해설로 두 마리 토끼사냥에 꼭 성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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