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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내 영혼의 그림여행 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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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내 영혼의 그림여행 정지원

입력
2008.10.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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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지원(37)씨가 그림책을 냈다. <내 영혼의 그림여행> (한겨레출판 발행). 붓 대신, 차지고 예민한 언어로 선을 긋고 색을 입혔다. 파울 클레와 강요배와 케테 콜비츠와 일리야 레핀의 회화가 캔버스다. 정씨는 거기다가 자신만의, 그러나 공감할 수 있는 투명한 목소리를 한 겹 덧칠한다. 침묵 속에 잠겨 있던 그림들이 그 덧칠에 생기를 얻어 슬며시 말을 걸어온다.

"그림은 시와 참 많이 닮은 것 같아요. 한 편의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화가들이 얼마나 많이 절망하며 번민의 시간을 보냈을까요. 그렇게 압축된 한 편의 그림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때론 치유해 주잖아요."

고교시절 미대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그는 이 책에서 유별난 그림 사랑을 숨기지 않는다. 그에게 그림 감상은 "여행인 동시에 묵상"이고 "통각이 마비된 세상 속에서 고통과 절망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스승"이다. 그리고 그런 행복을 나누고 싶어 이 책을 냈다고 했다. "자신의 그림이 부잣집 거실에 걸려 있는 게 고흐나 샤갈의 바람이었을까요. 어렵다고, 멀리 있다고 느끼는 그림을 모두가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대와 장르, 동서를 넘나들던 그의 그림 이야기는 한 지점에서 오래 동심원을 그린다. 비교적 가까운 시대에 그려진 이종구, 신순남, 강요배의 회화들. 살천스럽던 시절의 분노를 뜨겁게 토해낸 작품들이다. "내가 잘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1980년대 한국회화와 19세기 유럽 회화예요. 사람들이 용감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죠. 저항도, 사랑도 뜨거웠던."

그렇게 '뜨거웠던' 시절, 그가 썼던 시 중 하나가 안치환의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가 됐다. 아린 서정과 저항의 정서가 뒤섞인 그의 시집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 (2003)에 수록된 시의 색감이 이 책의 그림들에서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 에세이집은 무겁지는 않다. 달빛 아래 피어나는 사랑을 담은 신윤복의 '월하정인', 김수정의 애니메이션 '아기 공룡 둘리'도 책의 페이지를 채운다. 무엇보다 시인 특유의 글맛이 살아 있다.

"솔직히 전문가가 읽어도 어려운 책이 너무 많잖아요. 전 그냥 제가 느끼는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조카 손 잡고 미술관 가는 상상을 하며 쓴 글이랍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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