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농사 직불금문제로 나라가 온통 소란한 가운데 감사원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부당한 수령자가 있음을 적발하고도 청와대와의 교감 아래 문제를 덮어버린 의혹 때문이다.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이 아니었더라도 문제를 은폐했을까?
이 사태는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야 할 당위성을 새삼 제기한다. 노무현 정부 초기 한때 감사원의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는 문제가 거론된 적이 있었다. 완전한 이관이 어려우면 국회에 분원이라도 두자는 수정 제안도 언론에 떠다녔다. 당시 감사원은 물밑에서 여론의 확산을 저지하느라 애를 썼고, 이후 감사원 이관문제는 뚜렷한 결론 없이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국회이관방안 다시 검토해야
나는 당시 세 가지 긍정적 효과를 들어 감사원의 국회 이관을 찬성했다. 그리고 여전히 감사원이 있어야 할 자리는 국회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막강한 대통령의 힘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삼권분립 정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강력한 대통령제를 가지고 있다. 호칭만 대통령이라고 할 뿐 상당수의 국민들은 대통령을 왕정시대의 임금 보듯 하는 시각이 남아 있다. 이런 현실에서 감사원 같은 권력기관을 거느리고 있으면 대통령에게 쏠리는 힘을 제어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감사원을 거느리고 있으면 대통령은 만족스러울 것이나 대통령의 만족이 국민의 만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둘째 감사원이 국회에 속해야 행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정부조직의 근간은 행정고시 출신의 관료들이다. 부처가 달라도 관료들은 고시 기수를 서열 삼아 만수산 드렁칡처럼 연결된다. 그런데 관료를 감시해야 할 감사원도 고시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며 이래서는 관료사회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다. 감사원이 국회에 속해야 '공무원의 수는 해야 할 업무의 경중이나 그 유무에 관계없이 일정 비율로 증가한다'는 파킨슨 법칙에 절어 있는 행정부 견제가 비로소 가능해진다.
셋째 감사원이 국회로 이관되면 국정에 관한 상시감사가 가능해진다. 현재의 국정감사는 수박 겉핥기라서 시간이 아깝다는 여론이 높다. 국회의원들도 애를 쓰지만 비전문가들이 쫓기는 시간 내에 정부의 한해살이를 온전히 감사하는 것은 처음부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감사원을 국회에 두면 상시감사가 가능해지면서 감사의 전문성은 훨씬 높아진다. 노회한 관료조직을 야무지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관료조직과 절연된 전문가 집단이 나서야 하며, 그 집단이 위치해야 할 자리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라야 맞다.
일반적으로 경영 혁신에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리스트럭처링과 리엔지니어링이 그것인데, 리스트럭처링이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일이라면 리엔지니어링은 기존 업무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리스트럭처링은 왕왕 기존 사업의 축소, 철수 혹은 통폐합과 같은 충격적 조치들을 동반한다. 반면 리엔지니어링에서는 결재단계의 축소라든지 의사결정과정의 변경과 같은 내부 절차의 변화에 주력한다.
이제 근원적인 개혁이 중요
감사원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관이자 대통령의 권한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도구다. 따라서 감사원을 국회로 옮기는 것 자체가 대단히 개혁적인 리스트럭처링이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권마다 개혁을 18번처럼 불러 왔으나 결과는 대부분 리엔지니어링에 그쳤다. 우리는 1975년과 1997년의 두 차례 외환위기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외환위기를 맞고 있다. 반복되는 위기는 우리사회에 보다 근원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직불금 파동에서 보듯이 팔이 안으로 굽는 감사원을 마냥 믿을 수는 없다. 그동안 감사원이 파헤치고도 정치적 이유에서 덮어버린 비리가 직불금 사건 하나일 것으로 믿는 국민은 없다. 국민들은 국회가 행정부를 제대로 감시해야 공직자들이 정신 차려서 일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생각이 옳다. 그래야만 그들의 세금이 도둑맞지 않기 때문이다.
서재경 SPR경영연구소 대표ㆍ 조선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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