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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앞 '유령집회'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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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앞 '유령집회' 없앤다

입력
2008.10.23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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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경찰이 신고만하고 실제 집회를 개최하지 않는 '유령집회'를 금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대기업과 대형 유통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 이미지 및 영업 환경 보호를 위해 '유령집회'로 앞마당을 선점해왔던 업체들로선 각종 '민원성 집회'에 시달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프렌들리'를 주창해온 여당이 유령집회의 실질적 수혜자인 대기업체의 발목을 잡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 등 여당의원 17명이 최근 유령집회 금지 등을 담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경찰청도 입법 논의시 유령집회 금지를 적극 개진키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 동안 집회 신고 남발로 경찰 인력이 쓸데 없이 낭비됐다"며 "국회에서 집시법 개정 논의시 찬성의견을 적극 개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행 집시법 상 집회를 취소할 경우 경찰에 사전통보하고 후순위 신고자가 집회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벌칙 조항이 없어 집회 장소를 선점하기 위한 허위 신고가 남발돼 왔다. 한번 신고로 최장 28일간 집회 장소를 선점할 수 있어 한 달에 한 번꼴로 신고해 365일간 집회 장소를 잡아두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만도 7월까지 전국에서 56만5,974건의 집회가 신고됐지만 55만1,181건이 실제로 열리지 않아 유령집회 비율이 97%에 달했다. 여당과 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사전에 취소 통보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는 한편, 나머지 기간의 집회는 개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집시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유령 집회가 실제 집회를 열고 싶은 단체들이 집회 장소를 잡지 못하도록 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의문은 여당이 적극 나서 유령집회 금지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외견상 일부 노조의 허위 신고가 많긴 하지만 유령집회가 오히려 집회 남발을 막는 효과가 커 대기업체와 대형 유통업체들이 큰 이득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올 7월까지 유령집회 단체 1,2,3위가 건설 관련 노조들로, 자기 노조원을 고용해달라는 등의 압박용으로 건설 현장마다 상습적으로 집회 신고를 하지만 실제로는 집회가 거의 열리지 않아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정작 유령집회로 큰 덕을 보고 있는 곳은 대기업과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삼성, SK텔레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서울 도심에 있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법인이나 개인 명의로 거의 365일 집회 신고를 내 앞마당을 지키고 있다"며 "유령 집회가 금지되면 이들 업체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대기업체들도 당혹해 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회사 건물 앞에서 일부 민원인들이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켜놓는 경우가 많아 장소 선점을 통해 차단해왔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매일 직원들이 앞마당에 나가서 조회를 해야될 판"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운 여당이 기업 영업을 더욱 곤란하게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신지호 의원실 관계자는 "불법 폭력 시위를 규제하기 위해 허위집회 신고 금지 조항을 넣은 것인데, 기업체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논의를 통해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윤재웅 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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