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상자를 여는 시기와 방식은 합의했다. 하지만 상자가 열린 뒤의 폭발력은 아무도 모른다.
여야가 22일 쌀 소득보전 직불금 국정조사를 내달 10일 시작하기로 하면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 채비를 갖췄다. 상자에는 여러 개의 뇌관이 장착돼 있다. 잘못 건드리면 감당 못할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최소 폭발로 상자를 열어야 하는데 전적으로 국조특위 위원들의 손에 달렸다.
첫번째 뇌관은 '증인 노무현'의 가능성이다.
헌정사상 전직 대통령이 국조 증인으로 채택된 게 세 번이었고, 실제 나온 것은 199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 만일 노 전 대통령이 증언대에 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메가톤급 폭발력이다.
한나라당은 일단'노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세울 수 있다'는 입장을 되뇐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언론의 관심이 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어떻게 조치했는지에 집중돼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마 국조특위에서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검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해 감사원이 쌀 직불금 명단을 덮었다'는 공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선 노 전 대통령 증인 추진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대가 완강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맞받아칠 태세다.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 측도 기분 나쁜 표정이 역력하다.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비서관은 "사실관계는 전직 대통령이 나가지 않더라도 관련 장관이나 관계자들이 명확하게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한나라당 내에선 '실제로 부를 수야 있겠냐'는 회의적 기류가 있다. 하지만 성사 여부를 떠나 추진은 할 것이다. '직불금은 전 정권 책임'임을 선명히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야 입장차가 팽팽히 맞서 '서면 조사'로 절충될 가능성도 많다.
무엇보다 국조의 핵심 뇌관은 최대 17만명으로 추정되는 불법 수령자 명단 공개 문제다.
공개 방식을 두고 기 싸움을 하던 여야는 이날 공개 수순을 얼추 합의했다. 일단 불법 수령의 기준을 국조특위가 잡아 정부 측에 제시한 뒤 그에 해당하는 명단을 일단 넘겨 받는다.
국조특위가 그 명단을 들고 다시 불법 수령의 공개기준을 정한 뒤 밝히는 수순이다. 이때 정치인 고위공직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는 우선 공개된다. 옥석을 명쾌하게 가릴 기준을 국조특위 위원들이 과연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감사원의 명단 재작성 작업이 원활하다면 11월 중ㆍ하순이면 '불법 수령 의혹자'라는 이름으로 명단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본인의 소명서를 첨부한다지만 그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는 순간 '파렴치한'의 낙인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때의 폭발력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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