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를 시작한 지 22일로 17일째. 이제 사흘 남았다. 이번 국감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한 여야 초선 의원들에게 '첫 경험'이 어땠는지 들어 봤다. 대부분 의원들이 국감 제도와 피감기관은 물론, 입법부 스스로에게도 매우 짠 점수를 줬다.
■ 너무 짧은 20일과 10분
의원들은 시간 제약을 가장 큰 애로로 꼽았다. 20일의 국감 기간에 수십 개 피감기관을 모두 감사하는 것도, 10분 남짓한 질의시간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은 "주마가편(走馬加鞭)하고자 했으나 주마간산(走馬看山)이 돼 부끄럽다"고 아쉬워 했다.
민주당 박은수 의원은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질문만 하고 답변을 들을 시간이 없다 보니 언론에 보여 주기 위한 국감으로 흐른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20일이라는 시간이 짧은 게 아니라 국회 인력 부족이 문제"라며 "보좌진 몇 명으로는 수박 겉핥기식 부실 감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주문했다. "상임위별로 국감 아젠다를 설정해 집중 감사를 하자"(민주당 안규백 의원) "상임위별 소위를 만들어 피감기관을 분담시켜 전문성과 집중도를 높이자"(박은수 의원)는 제안들이 나왔다.
권영진 의원은 "봄엔 정책 국감을, 가을엔 예산과 법안 위주의 국감을 해 사실상 상시 국감을 해야 한다"고 했고, 조해진 의원은 "국감 때만이라도 추가 전문인력을 쓸 수 있게 하는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피감기관은 카멜레온"
피감기관의 자료 제출 회피와 기관장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에 대한 의원들의 원성은 대단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자료를 요청하면 국감 전날에야 '극비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문서 한 장이 달랑 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 기관장은 의원 4명의 같은 질의에 4가지 답변을 하는 등 카멜레온처럼 요리조리 피하는 데만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조해진 의원은 "자료가 하루 전에 오니 벼락치기가 불가피한 구조였다"고 했다.
권영진 의원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다 짠 상태에서 국감을 하다 보니 피감기관이 국회의 예산통제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시간 때우기식으로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원들은 피감기관을 압박할 묘안들을 내놓았다. "국감 때 지적된 문제점을 체크리스트로 만든 뒤 피감기관이 언제 어떻게 시정할지를 보고서로 내게 하고 이후 진행 경과도 보고하게 하자"(한나라당 조윤선 의원) "국감자료위원회를 만들어 입법부 차원에서 자료 제출을 압박하자"(민주당 김상희 의원)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규정을 만들자"(박선영 안규백 의원) 등이다.
■ 카메라 보고 호통만 치는 의원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효재 의원은 "어느 나라 정부도 의회가 요구하는 자료를 순순히 내 놓는 경우는 없다"며 의원들의 자질과 준비 수준부터 향상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주제와 동떨어지거나 단순 반복되는 질의를 하는 의원이 있으면 나무라야 한다"고도 했다.
박은수 의원은 "일부 의원은 국감의 본질이 감사인지 언론에 나오는 것인지를 헷갈리는 것 같다"며 언론 플레이 행태를 꼬집었고, 안규백 의원도 "의원들이 학자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 갖추지 않으면 뜬구름 잡기 또는 호통 치기 질의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진실희 기자 tru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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