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재단,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 4개 언론지원기구들을 1개의 기관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이 정부와 여당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적으로 가칭 '언론진흥재단'이라는 통합기구의 외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올라 조만간 통합 언론지원기관 출범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계의 핫 이슈로 떠오른 YTN 사태로 현 정부의 대 언론정책이 도마 위에 올라 섣부른 언론지원기관 통폐합이 어렵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 당정, 섣부른 진행 부담스러워
문화체육관광부 김기홍 미디어정책관은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이라는 이름의 1개의 독임제 기구로 현 4개 언론지원기구를 통합하는 초안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언론진흥기금을 운영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신문 발전을 위해 기금의 3분의 1을 지역신문에 할당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사실 정부가 언론지원기구 통합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유인촌 장관은 국감장에서 "독임제 방식을 취하면서 기금과 지원 부분은 내부에 위원회를 둔다는 것"이라고 짧게 의견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진 않았다.
정부가 굳이 전면에 나서서 통합 의견을 구체적으로 내지 않는 이유는 이미 지난해 8월 지원기구들의 업무와 기금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통합이 필요하다는 정부 태스크포스팀의 연구결과가 나왔고, 정부입법이 아닌 국회의 논의가 앞서는 게 순리에 맞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이정우 미디어정책과장은 "법정 기구로 만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고 김기홍 정책관의 발언 이후 특별히 정부 차원에서 더 논의된 것은 없다"며 "정부는 통합이 유익하다는 답이 이미 지난 정부 때 나온 만큼 이후 남은 문제는 국회에서 풀어가는 게 옳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의원입법을 통해 언론지원기구 통합이 이뤄진다면 일부에서 제기됐던 '내년 2월 통합설'은 국회의 타임테이블에 비춰볼 때 사실상 어렵다. 여당에서도 "포털 문제를 먼저 다루고 통합 논의는 다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언론지원기구 관계자는 "법 개정을 통해 통합기구가 만들어지더라도 기존 기관 해산절차 등이 복잡해 빨라도 2010년이 되어야 현실화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 "정부 독임제 안에 반대"
기구 통합이라는 폭풍 앞에 선 4개 기관은 각각의 입장을 내세우며 상황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체로 이들 기관은 정부의 독임제 안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은 특히 4개 기구 중 가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기구 통합의 여파를 제일 강하게 느낄 것으로 보이지만 박래부 이사장이 사임을 예고했기 때문에 쉽사리 통합안에 대해 의견을 내기 힘든 입장이다.
박 이사장은 "46년간 민간기구였던 언론재단이 정부 산하기관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시종일관 통합에 반대해왔지만, 후임 이사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친정부 성향이기 때문에 언론재단 차원에서 통합안에 대해 공식적 의견을 확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정민 한국언론재단 대외협력단 팀장은 "언론재단은 언론사를 지원하는 곳이 아니고 언론인을 지원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다른 곳과 묶일 필요가 특별히 없다고 본다"며 "법정기관이 되어 자문과 집행 등을 일원화하는 정부의 독임제 안에 들어가는 게 좋다는 직원들도 일부 있지만 이사장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정확한 입장을 보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신문발전위원회는 최근 "통합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사회적인 합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고 정부의 독임제 안에 반대했다.
신발위 관계자는 "독임제는 중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한다"며 "4개 기구 중 신발위가 유일한 법정기관인데 굳이 우리가 해체하고 통합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단법인 형태인 신문유통원은 통합에 대해 가장 유화적인 입장이다. 신문유통원 기획실 관계자는 "독임제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새로 생기는 기관이 유통원의 자립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2010년까지 한시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기구 통합이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의 통합을 의미하기 때문에 난감한 입장이다.
지발위 관계자는 "통합할 경우 지역신문을 위한 지원이 줄어들까 우려된다"며 "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지역신문 종사자들의 의견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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